용병 신장제한 철폐,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OSEN 기자
발행 2007.12.18 09: 17

[OSEN=이상학 객원기자] KBL이 또다시 외국인선수 제도를 손질했다. 지난해 이맘때 외국인선수 선발 제도를 트라이아웃-드래프트제로 환원시킴과 동시에 자유계약제 시절 외국인선수를 완전 배제하는 대대적인 손질을 했던 KBL은 이번에도 비교적 사안이 큰 결정을 내렸다. KBL은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다음 시즌부터 최대 208cm, 2명 합계 400cm를 상한선으로 둔 외국인선수 신장제한을 폐지하고, 2009-10시즌부터는 외국인선수를 팀당 2명씩 보유하되 1명 출전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트라이아웃-드래프트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문제는 당장 다음 시즌부터 적용될 신장제한 철폐 부분이다. KBL은 그동안 국내 장신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장을 제한했다. 그러나 사실 실효성은 없었다. KBL은 여타 리그와 달리 외국인선수들이 신발을 벗고 신장을 쟀다. 신발을 신고, 벗고에 따라 신장의 차이가 제법 있지만 그래도 덕분에 210cm급 선수들의 KBL 진출을 막을 수 있었다. KBL의 신장제한 철폐는 다음 시즌부터 프로농구에서 활약할 하승진(KBL 공식 측정 신장 221.6cm)의 존재를 다분히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다. 하승진이 국내 복귀를 선언할 때부터 신장 제한 폐지 소문이 나돌았고 이는 현실이 됐다. 문제는 하승진 하나 때문에 제도 변경 결정을 내린 의도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한 선수는 물론이고 신장합계까지 철폐함으로써 향후 외국인선수는 장신 센터들만이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시즌 제이슨 로빈슨(KCC) 같은 테크니션형 포워드들은 내후년에는 더욱 더 보기 힘들어질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설령 김주성(205cm)과 서장훈(207cm) 그리고 하승진을 보유한 팀이라도 208cm 신장제한을 철폐함으로써 장신 선수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됐다. 물론 당장 신장제한을 폐지하더라도 210cm 이상 수준급 장신 선수들이 한국을 찾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자유계약제 시절이라면 몰라도 현행 트라이아웃-드래프트제에서는 특급 선수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장신자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당장 신장제한 폐지로 대형 장신 선수가 리그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낮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들의 기량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대다수 국내선수들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데 결국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2명 보유 1명 출전이 되는 2009-10시즌에는 더욱 심화될 수 있는 문제다. 외국인선수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는 올 시즌에도 판도를 좌우하는 절대 요소는 역시 외국인선수라는 것을 KBL은 잊고 있는 듯하다. 하승진은 내년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지은 후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가세로 프로농구 판도가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무겁게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난 단점이 굉장히 많은 선수다. 오히려 작은 선수들이 돌파를 해서 득점을 하는 것 같이 나를 대비한 플레이가 많기 나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일방적인 경기는 없을 것”이라는 게 하승진의 말이었다. 하승진은 분명 신장만으로도 위력적인 선수지만 그에 대비한 각 팀 사령탑들의 지략을 지켜보는 것도 다음 시즌 프로농구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 자명했다. 그러나 신장제한 철폐로 각 팀들은 장신선수를 우선적으로 뽑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죽어나는 것은 소수의 특급을 제외한 국내 장신선수들이다. 전성기 서장훈은 외국인선수 제도의 수혜자였다. 매경기마다 수준급 외국인선수들을 상대함으로써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러나 나머지 빅맨들은 골밑에서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서장훈마저 외국인선수와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더라면 결과는 더욱 처참했을 것이다. 하승진의 가세와 신장제한 철폐는 과거 서장훈 시절처럼 국내 장신선수들에게는 큰 재앙과도 같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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