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구조 흔들리는' 프로야구, 의식 전환 필요
OSEN 기자
발행 2008.01.16 09: 49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제는 선수들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공중분해 위기에 놓인 현대 유니콘스와 8개 구단 체제 유지를 위해 프로야구선수협회가 ‘고통 분담을 위해 10억 원을 내놓고, 현대선수들의 2008년 연봉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위임하겠다’고 제안했다. 선수협 손민한 회장은 “10억 원도 큰 돈이지만, 그 이상을 모을 각오도 되어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수협도 현대의 위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들은 언제부턴가 몇 안 되는 고액 연봉자들을 위한 이익단체가 된 지 오래다. 그 사이 프로야구 하부구조는 점점 썩어 들어가고 있다. 재앙의 FA 제도 지난 1999년 말 프로야구에 FA 제도가 도입된 후 어느덧 8년이 지났다. 이강철과 김동수는 3년간 8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으로 옮기며 FA 사상 첫 이적생이 됐다. 이듬해에는 홍현우가 4년간 총액 18억 원에 LG로 이적하며 스포츠재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2004년 말에는 심정수가 4년간 최대 60억 원이라는 한국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몸값 신기원을 활짝 열어젖혔다. FA 대박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엇갈렸다. 국내에서도 스포츠재벌이 탄생함으로써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을 막고, 저변을 넓힐 것이라는 기대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상존했다.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결과는 점점 후자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FA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도 프로야구는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보고 있었다. FA 제도 시행 이후에는 적자가 매년 150억 원 안팎으로 늘어났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인건비가 적자 폭이 늘인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FA 제도가 도입됐지만 해외로 나갈 선수는 어떻게든 해외로 나갔다. FA 제도 도입으로 생긴 고졸선수들의 프로 직행 풍토는 대학야구를 죽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유망주들이 프로에서 시간만 허비하거나 좌절하는 등 각종 폐해까지 낳았다. 애초부터 FA 제도는 몇몇 스타들과 부자 구단들을 위한 돈잔치였다. 현 시점에서도 보상제도가 완화되기는 커녕 더욱 강화됐다. 만성적인 적자 구조의 구단들 스스로 발목을 짓누르는 경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준척급이 부족해 대어급만 몸값이 치솟는 것이 바로 한국식 기형적 FA 제도의 현실이다. 물론 FA 대박이라는 뚜렷한 목표와 동기부여로 선수들에게 ‘훈련은 금이요, 게으름은 죄악’이라는 인식이 스며든 것과 같은 순기능도 있지만, 한탕주의에 물든 나머지 선수로서 롱런하겠다는 의지는 목적을 향한 수단으로 변질됐다. 흔들리는 하부구조 몇몇 스타급 선수들이 FA 대박을 터뜨리며 배를 불리고 있을 때 프로야구 하부구조는 점점 더 썩어들어갔다. 어느덧 프로야구에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07년 2월 기준으로 신인선수 및 외국인선수들을 제외한 프로야구 평균 연봉은 8472만 원이었다. 부자구단 삼성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3197만 원이었다. 자식을 야구선수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는 이목을 끌 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화려하게 포장된 평균의 함정이었다. 프로야구 선수의 51.0%가 여전히 연봉 3000만 원 미만이었다. 몇몇 고액연봉자들이 평균을 끌어올린 허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자식들에게 글러브와 방망이를 쥐어줄 부모가 있을 리 없다. 프로야구의 근간이 되는 아마야구와 유소년야구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현재 상황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는지 모른다. 현대의 해체 위기에 모든 야구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이 고교야구는 지난 3개월간 3개교가 야구부를 해체했다. 현대의 위기만큼 주목을 해야 할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한국에 고교야구팀은 불과 54개밖에 남지 않았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지금처럼 하부구조가 썩어들어 갈수록 치유할 수 없는 환부가 될 것이 자명하다. 비단 고교야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교야구의 모태가 되는 유소년야구로도 문제는 전이된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한창일 때에는 동네에서 테니스공으로도 야구하는 어린이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 같은 광경은 전혀 볼 수 없다. 물론 유소년야구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쉽지가 않다. 유소년야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엘리트교육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야구 꿈나무를 야구하는 기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야구 꿈나무에게 야구란 인생의 전부다. 의식전환이 필요한 시점 선수들이 현대를 위해 합심하고 있는 것은 진정한 동업자의식이라는 점에서 감동적인 일이다. 그러나 감성에만 사로잡힌 프로야구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궁극적으로 선수들에게도 현대 사태를 기점으로 의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선수들에게 거액을 안긴 것은 비이성적인 경쟁을 벌인 구단들이다. 일부 구단들은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투기를 했다. 일부 구단들의 원죄가 가장 클지 모른다. 하지만 선수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선수협도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떻게든 당장의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늘리겠다는 무한 이기주의보단는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 지난 1991년부터 8개 구단 체제가 된 프로야구는 그러나 이후에 제9~10구단을 창단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교야구팀이 50여 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프로팀이 8개나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다. 고교야구팀이 무려 5000개가 넘는 일본도 프로야구단은 12개뿐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한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짜기에 매우 버겁고, 감독들은 하나같이 선수층도 얇다고 우는 소리를 한다. 그런데도 외국인선수 엔트리를 늘리겠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프로야구의 질적 하락은 불 보듯 뻔했다. 당장 이익에 눈이 먼 선수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선수협의 오판이었다. 게다가 선수들은 여전히 많은 연봉을 받는다. 물론 선수들은 젊을 때 많이 벌어야 하는 운동선수들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일부가 아니라 모두가 잘 되어야 한다. 스타급 선수들은 이익에만 눈이 멀다. 냉정한 프로세계라는 이유로 하부구조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2억 원 이상 고액연봉자들의 공식적인 연봉 삭감폭은 40%로 제한된다. 스타급 선수들의 연봉은 한 번 오르면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프로야구 최소 연봉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2000만 원 그대로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인기 회복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대 문제로 한 순간 신기루가 될 위기에 처했다. 몸값 인플레로 거품이 낄 때로 낀 선수들 스스로가 의식전환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있다. 선수협도 당장의 이익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과연 프로야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양질의 경기를 원하는 팬들이 바라보기에 지금 프로야구 선수들은 너무 많은 돈을 받고 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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