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투아웃' KBO, 역전 찬스를 노린다
OSEN 기자
발행 2008.01.19 16: 38

[OSEN=이상학 객원기자] 현대 베테랑 외야수 전준호는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전적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KBO는 지금 동네북이다. 현대 유니콘스를 해체하고 제8구단을 창단하기 위해 여기저기 백방으로 뛰었지만, 농협중앙회-STX-KT에게 3연타석으로 삼진을 당했다. 엄밀히 말하면 4연타석 삼진이다. 현대 인수 후보로‘프로스테이트 홀딩 컴퍼니’라는 미국 부동산 회사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KBO는 현대를 지키고 있다. 현대 구단의 가치를 그대로 보존하며 9회말 투아웃에서 마지막 역전 찬스를 노리고 있다. ▲ KBO의 고군분투 131억 원. 현대가 남긴 부채다. KBO는 얼마 안 되는 기금으로 지급보증, 현대 운영비로 131억 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131억 원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전까지 해체 후 재창단 형식으로 프로야구에 뛰어든 곳은 SK밖에 없었다. SK로서는 그럴 만했다. 쌍방울을 인수하기에는 너무 볼품 없었다. 이미 알짜 선수들은 모두 팔아넘겼고 전북 연고지도 보잘 것 없었다. SK로서는 창단만이 정답이었다. 하지만 현대는 그렇지 않다. 한국시리즈 우승 4회에 빛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주축 선수들을 상당 부분 보존했으며 신흥명문 구단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대를 사겠다는 구단이 없는 것이 프로야구의 현실이었다. KBO는 2007년 한 해 동안 현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현대가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선수를 파는 일만은 없도록 지원한 것이다. 131억 원은 그래서 생긴 부채다. 1999년말, 쌍방울이 모그룹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 KBO는 20억 원의 운영 자금을 빌려준 데 이어 2000년초 하와이 전지훈련 비용까지 대준 적이 있지만 131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사실상 빌려준 것은 그만큼 KBO가 현대의 구단가치를 지키는 데 힘을 썼다는 증거다. 결국 KBO는 현대의 알짜선수들을 모두 지켰다. 쌍방울이 20억 원에 김기태·김현욱을 삼성, 15억 원에 박경완·조규제를 현대로 보내며 구단가치를 하락시킨 것과 대조된다. 전력적인 면에서 현대의 구단가치는 유효하다. 그러나 현대가 남긴 131억 원이라는 부채는 KBO와 프로야구 전체에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었다. KT는 131억 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해체 후 재창단 형식으로 프로야구에 뛰어들려고 했다. 어떻게든 창단 경비를 절감하겠다는 의도였다. 궁지에 몰린 KBO는 궁여지책으로 나머지 7개 구단들이 돈을 갹출해 빚을 함께 분담하자는 제안까지 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KT의 가입금 60억 원에 대한 ‘헐값’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는 바람에 프로야구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KT는 마지막에 결국 프로야구에서 발을 빼며 위기의 위기를 야기하고 말았다. 유니폼까지 다 맞춘 상황에서 창단 철회로 KBO는 KT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됐다. ▲ KBO의 마지막 기회 KBO는 KT와의 협상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연말 내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급함 마음이 앞선 나머지 기존 구단들과 충분한 협의라는 기본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며 KT를 프로야구에 끌어들였다. 그것도 가입금 60억 원에 ‘황금어장’ 서울 시장까지 KT에 내주기로 약속했다. 기존 구단들로서는 반발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두산과 LG의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던 공동성명서도 결과적으로 KBO의 실책이었다. KBO는 충분한 협의와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일방통행식으로 일을 처리하다 그르치고 말았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되고 있다. 프로야구 전체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KBO에도 다시 한 번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KBO 제2차 이사회는 ‘8개 구단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사회는 현재 KBO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과의 협상 진행에 대해 보고 받고,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판단하여 추진에 대한 전권을 KBO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KT의 창단 철회를 계기로 선수협의회의 고통분담과 야구팬들의 ‘현대 살리기 운동’으로 서서히 루상에 주자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구단들도 구조적인 문제점을 직시하고, 변화를 위해 제도적인 손질에도 힘을 기울일 의지를 보이고 있다. 8개 구단 체제로 간다고 해도 프로야구가 잘 될 것으로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얘기가 또 달라졌다. 9회말 투아웃 위기에 내몰린 KBO는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인내심으로 출루해 주자를 모았다. 이 덕분인지 KBO는 KT 창단 철회의 충격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3개 기업과 현대 매각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구단들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를 보이지 않았던 KBO에 협상의 전권을 위임하며 이제는 힘을 실어주고 있고 선수들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야구팬들은 뜨거운 야구사랑으로 기업들에게 프로야구의 인기가 죽지 않았음을 몸소 증명해내고 있다. 이제는 KBO가 마지막 역전 끝내기 적시타를 치면 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덕 아닌 덕’인지 이번에는 철저한 보안아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타석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8개 구단 체제에 합의하며 한 고비를 넘긴 KBO와 프로야구. 9회말 투아웃에서 극적인 역전극을 연출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이목이 KBO의 협상력에 다시 한 번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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