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신인투수 부상, '혹사'가 주원인
OSEN 기자
발행 2008.02.29 08: 27

[OSEN=이상학 객원기자] LG 1차 지명 신인투수 이형종이 팔꿈치 통증으로 전반기 출전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조기 귀국한 이형종은 팔꿈치 진단 결과 스트레스성 피로골절로 드러났다. 올해만이 아니다. 지난해 두산 1차 지명 신인투수 이용찬도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을 쉬어야 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 롯데 2차 1번 지명 신인투수 김수화도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다. 거의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고졸 신인투수들의 부상은 혹사와 연관이 있다. 고교야구 혹사는 이제 일상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 과연 범죄인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지난 2년간 고교야구 투수 혹사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했다. 2006년 6월에는 고교야구 투수 혹사 의혹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8월에도 “어린 선수들에게 무리하게 투구를 시키는 것은 인권 침해를 넘어 범죄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고교야구에서 불거지는 혹사 문제가 야구인이 아니라 정치인에 의해 사회 이슈로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당장의 성적에 목을 맨 나머지 어린 투수들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의 고교야구라는 것이 외부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서울고 에이스로 활약한 이형종은 지난해 5월 대통령배에서 5경기 등판, 26⅓이닝 동안 470개의 공을 팔이 빠져라 던졌다. 눈물의 역투로 기억되는 광주일고와 결승전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구원 등판을 자청해 140개의 공을 던질 정도로 투혼을 불살랐다. 이용찬은 장충고 시절 전진호와 이승우라는 좋은 동료 투수들의 존재로 덜 무리했지만 청소년대표·전국체전으로 1년간 던져 혹사가 찾와왔다는 분석이다. 김수화는 고교 2학년까지 외야수로 뛰다 3학년 때부터 투수로 변신한 뒤 1년 내내 무리한 투구를 이어갔다. 광주동성고와의 청룡기 결승전에서는 9⅓이닝 동안 162개의 공을 던질 정도였다. 고교투수 혹사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던 2006년 그 중심에는 정영일이 있었다. 정영일은 1년간 2000개(1920개)에 육박하는 투구수를 기록한 뒤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에인절스가 정영일을 영입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같은 내구성이었다. 그러나 정영일은 지난해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해야 했다. 반면 김광현은 이용찬처럼 청소년대표·전국체전을 거치며 1년 내내 던지고 또 던졌지만 이렇다 할 부상조차 없었다. 2005년 서울고 2학년 시절 임태훈도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 고교야구대회에서 167개의 공을 던졌지만 아직 싱싱한 어깨를 지니고 있다. 모든 투수들이 혹사로 무너진 것은 아니었고, 단순히 공을 많이 던진다고 혹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피칭 밸런스가 제대로 잡힌 상태에서 투구하면 200개를 던져도 끄덕없다”고 말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고교 감독들은 에이스 한 명의 어깨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다.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하려면, 반드시 전국대회에서 8강 이상 진출해야 가능하다. 한 팀이 3개 대회 이상 출전할 수 없지만 여름방학 기간을 포함하면 최대 6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진로 문제가 걸려있어 감독·코치뿐만 아니라 그들을 고용하는 학부모들조차 에이스 한 명에 의지하는 형편이다. 범죄라고 감독들을 몰아붙이기에는 비정규직 고용자인 감독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매해 혹사문제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학생스포츠’ 정신을 망각한 채 성적에만 목을 메고 있는 현 고교야구 시스템으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제대로 된 선수 육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 현실적 대안은 선수는 개개인에 따라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약간의 무리가 따라도 부상을 당하는 투수가 있는가 하면, 몇 백 개 공을 던져도 강철처럼 끄덕없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연투에는 견딜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완투를 장려하는 일본에서도 연투는 확실하게 피한다. 일본 프로야구는 6인 선발 로테이션을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으며 고교야구도 전국대회는 1년에 2개뿐이다. 전국체전 포함해 전국대회만 9개나 있는 우리나라 사정과 비교가 된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투구수 제한, 전국대회 축소, 대학진학 제도 변화 등이 있다. 투구수 제한은 과거 비슷한 취지로 한 차례 도입된 전례가 있지만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1985년부터 1987년까지 3년 동안 고교투수들에게 7이닝 이후 공 한 개라도 더 던지면 다음 경기에 등판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로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당한 감독들이 늘어나 제도를 없애버렸다. 대한야구협회는 투구수·투구이닝 제한을 두면 저변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고교야구팀은 겨우 54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고, 재정이 열악한 학교들은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존립 기반조차 흔들릴 수 있다. 전국대회 축소도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고교팀들 입장에서는 전국대회에 많이 나갈수록 대입기회가 늘어난다. 언론사와 대한야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국대회는 총 8개나 있다. 그러나 전국대회가 지나치게 많아 혹사를 야기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잦은 대회 출전은 곧 잦은 등판을 불렀다. 한 대회에서 무리를 하더라도 충분히 쉴 기회가 많지 않았다. 피로가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피로누적·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고교팀들의 입장 못지않게 대회를 주최하는 언론사들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큰 걸림돌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역시 대학 진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대입 환경이 수없이 바뀌고 있지만, 체육 특기자들에 한해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 체육 특기자 제도를 아예 없애거나 성적에 얽매이지 않는 대입 요강 개선이 절실하다. 대학들이 선수를 선발하는 데 있어 기록을 체계화하고, 스카우트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대입 제도도 수많은 변화를 거쳐 특기생에 대한 특전이 상당 부분 사라졌고, 과거 같은 일률적인 공정성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대입 환경 개선이 절실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선수들을 지도·육성하는 지도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형종의 경우에도 스피드를 늘리기 위해 투구폼과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팔꿈치 부상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당장의 성적만큼 선수들을 조련·육성하는 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기술적인 보완과 함께 대학진학 요건을 채운 후에는 무리한 에이스 투수의 등판을 줄이는 등 일선 지도자들의 적절한 융통성도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스포츠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은 에이스 투수 하나에만 의존한 성적보다 흙속의 진주를 발굴하고,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형종=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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