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 제8구단이 창단식만 남겨뒀을 뿐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8일 우리담배(주)와 메인스폰서 조인식을 갖고 구단명칭과 유니폼을 발표 및 공개하며 ‘우리 히어로즈’ 출범을 선언했다. 우리의 실세는 창단을 이끈 이장석 센테니얼 대표이사와 박노준 단장이다. 이장석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산업을 위해서라도 성공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우리 히어로즈가 한국 프로야구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노준 단장 역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야구단을 만들고 싶다”며 메이저리그식 구단 운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의 롤-모델은 메이저리그보다 가까운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적당할지 모른다. 마침 우리 히어로즈의 유니폼 색상 및 디자인도 라쿠텐과 흡사하다. ▲ 라쿠텐의 성공 신화 3년 전 일본 프로야구는 큰 위기를 맞았다. 2004시즌을 끝으로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긴테쓰 바펄로스가 합병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이전까지는 단일리그제가 심각하게 고려될 정도였다. 이 같은 위기에서 호기롭게 새 구단을 창단한 곳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 종합 쇼핑몰을 운영하는 IT 기업 라쿠텐이었다. 라쿠텐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50년 만에 창단한 신생구단이자 첫 IT 기업이었다. 기존 구단들과 비교할 때 규모나 지명도가 크게 떨어지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라쿠텐이 신생구단을 창단하자 같은 해 또 다른 IT 기업인 소프트뱅크도 다이에 호크스를 인수해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라쿠텐의 시도가 처음부터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라쿠텐이 프로야구단을 창단한 것은 소비자와 직접 호흡하는 전자 상거래에서 홍보효과가 크고, 관련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에서도 이익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또한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 경영을 통해 회사 지명도가 높아질 것이란 계산도 있었다. 라쿠텐은 창단 초부터 미·일 올스타전을 위해 일본을 찾은 로저 클레멘스에게 100억 엔 영입설을 퍼뜨리며 이목을 끌었고, 미국인 칼럼니스트 마티 키너트를 단장으로 선임해 새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여느 신생팀들이 그렇듯 첫 해 성적은 별로였다. 8월이 끝나기도 전에 최하위가 확정, 단장과 감독이 모두 시즌 중 해임되는 악재를 겪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패에 가까울지 모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라쿠텐은 2005년 창단 첫 해부터 흑자를 냈다. 창단 당시에만 하더라도 첫 해 9억 엔 적자가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억 엔 흑자였다. 극단적인 허리띠 졸라매기로 운영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들었다. 미야기 홈구장 명칭도 3년간 6억 엔을 받는 조건으로 인터넷 회사 풀캐스트에 넘겼다. 라쿠텐 홈구장의 이름은 그래서 ‘풀캐스트 스타디움’이었다. 지난해 10월4일 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풀캐스트와 계약이 만료돼 올해부터는 일본제지와 계약, ‘클리넥스 스타디움’으로 구장명이 변경됐다. 또 도호쿠 지방 첫 프로구단이라는 상징성을 얻어 광고도 많이 따냈다. 라쿠텐의 본거지 센다이는 인구가 100만 명도 되지 않는 소도시로 일본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70년이 지나도록 연고팀이 없었다. 라쿠텐은 이 같은 연고 마케팅을 파고들어 지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데 성공, 발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냥 발뻗고 호응을 얻은 것도 아니다. 매년 계속된 구장 개보수로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상태에서 지역민들을 직접 찾아갔다. 특히 팬서비스가 기대 이상으로 호응을 얻었다. 선수들의 학교방문, 여성을 위한 야구스터디, 소년야구대회, 야구용구 제작·점검 현장견학, 속구왕 결정전, 희망 선수 메시지 착신음 설정 등 야구를 통해 지역민들과 호흡하는 팬서비스를 벌였고, 센다이 지역민들도 열정적으로 보답했다. 야구장 내에서는 선수 개개인 식성을 담아 이름을 딴 도시락이 큰 인기를 끌었다. 입장권과 상품판매도 수익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 우리 히어로즈의 길 한국 프로야구도 3년 전 일본 프로야구처럼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17년을 유지한 8개 구단 체제도 무너질 위기에 놓였었다. 3년 전 일본처럼 과도한 구단운영비가 가장 큰 암덩어리였다. 하지만 다행히 8개 구단 체제는 일단 유지된다. 라쿠텐처럼 센테니얼도 투자전문회사라는 비교적 빈약한 기반에도 과감하게 위기의 한국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라쿠텐이 미국인 단장을 선임한 것처럼 센테니얼도 프로야구 선수 출신 1호인 박노준 단장을 선임했다. 라쿠텐과 마찬가지로 센테니얼도 수익창출·흑자구조를 목표로 설정했다. 다른 점이라면 적잖은 일본구단들이 흑자를 목표로 하지만, 한국은 흑자는 커녕 적자폭도 줄이지 못해 전전긍긍했다는 점이다. 우리 히어로즈로 재탄생한 센테니얼은 그러나 지지부진한 창단작업과 연봉협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창단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지만 연봉협상은 아직 산 넘어 산이다. 라쿠텐도 창단 초 이미 겪었던 일이다. 하지만 라쿠텐이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오릭스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을 바탕으로 선수구성을 한 반면 우리 히어로즈는 지난해 팀 연봉 3위 현대 유니콘스를 모태로 삼고 있어 연봉협상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노준 단장은 노장선수들을 척결 대상으로 삼으며 구단 슬림화에 주력하고 있다. 오로지 구단운영비 지출을 줄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스타 마케팅을 선언한 박 단장의 포부와는 배치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라쿠텐은 우리 히어로즈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라쿠텐은 선수 연봉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스타들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괴물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는 연봉 6000만 포함 총액 1억1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지난해 구단 상품 총수입 9억 5000만 엔 가운데 다나카 관련상품만 1억 엔을 넘었다. 요네다 대표는 “다나카는 다른 선수와 격이 다르다. 상품 수입 공헌도도 재계약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스타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올해 라쿠텐의 총 연봉은 18억 2350만 엔으로 전체 11위에 해당하는 수치이지만 꼴찌를 벗어났고, 1억 엔 고액연봉자도 5명으로 늘어났다. 선수들에게 충분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 히어로즈가 ‘한국판 라쿠텐’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리 히어로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할 목동구장은 서울시 소유다. 우리 히어로즈가 목동구장을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없지만 위탁운영 여부는 서울시와 협상해야 한다. 입장권과 구장광고 및 구장 내 판매에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반면 라쿠텐은 구장 수입의 대부분을 라쿠텐이 가지도록 계약내용을 유리하게 끌어냈다. 센다이 시의 협조도 컸다. 박노준 단장에게는 선수단 연봉협상만큼 서울시와 구장 위탁운영 협상이 필요하다. 라쿠텐과 달리 우리 히어로즈의 연고지는 ‘빅마켓’ 서울이다. 황금어장이지만 초기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 팬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마음을 사는 게 먼저다. 흑자구조를 목표로 세운 우리 히어로즈에게는 선수들 하나하나가 ‘수익창출 도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