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런던, 이건 특파원] '박지성은 경기를 바꿀 능력이 없는 선수'. 지난 1월 맨유의 평생 시즌권을 소지했다는 한 영국 현지 팬이 언론 매체와 인터뷰에서 박지성에 대해 내린 평가 중 한 대목이다. 그는 당시 "레딩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은 전반전을 마친 뒤 교체되었다. 이 경기에서 팀 전체가 부진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박지성이 스스로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동안 박지성에게는 '경기를 바꿀 능력이 없는 선수' 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달려있었다. 이 인터뷰를 한 평생 시즌권 소지자라는 팬이 최근 박지성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AS 로마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서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루니의 골을 만들어낸 박지성의 모습을, 그리고 6일 오밤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에서 동점골을 만들어낸 박지성을 봤다면 그는 자신의 생각을 고쳐야 할 것이다. 물론 그의 의도는 박지성이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게 낫다는 것이었지만 분명 복귀 후 몇몇 경기만을 보고 성급한 판단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도 모른다. ▲ 제 몸상태를 찾아가고 있는 박지성 축구 선수가 공백 전의 몸상태를 찾기 위해서는 복귀한 뒤 공백기 만큼의 기간을 더 보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상으로 인해 약 9개월 여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박지성 역시 이 정설에서 그리 자유롭지는 않았다. 박지성은 지난 1월 복귀한 후 한 동안 제 모습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영국 언론 역시 당시의 상황에 따라 박지성을 '약팀용 카드' 로 분류할 정도였다. 이런 박지성이었지만 최근 2경기를 보고 있으면 어느 정도 자신의 몸상태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박지성은 AS 로마전에서 풀타임을 뛰며 1도움을 기록했고 6일 미들스브러전에도 후반 교체 투입되어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이같은 활약에 현지 언론들도 박지성을 좋게 평가했다. AS 로마전 이후 긍정적인 평가들은 미들스브러전에서 도움을 기록한 이후 더 상승했다. ▲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 적중 이같이 박지성이 점차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는 것은 남을 흉내내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팀 내 포지션 경쟁자인 나니에 비해 개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박지성 역시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개인 능력은 떨어진다" 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넓은 활동력이 있다. 최근 두 경기에서는 이런 모습이 극대화되었다. AS 로마전 직후 ITV의 분석 자료에 의하면 박지성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미들스브러전에도 그는 교체 투입된 이후 맨유에 기동력을 더해주며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그는 AS 로마전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가진 장점을 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 화려한 찬사는 아직 이르다 일단 긍정적인 평가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그 팬이 박지성의 단 몇 경기만을 보고 단정지어버려 아쉬움을 남겼듯 최근 2경기에서 박지성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화려한 찬사를 늘어놓는다면 그것 역시 성급하기 때문이다. 나니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어쩌면 다시 그에게 밀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어 선수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아직 우승 레이스가 끝난 것이 아니다. 현재 맨유는 2위 첼시에 승점 3점차로 살얼음판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도 아스날, 첼시와의 맞대결 등 7경기나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 개개인에 대한 과도한 평가보다는 리그 전체를 보면서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더 이상 맨유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 박지성이 아닌 한국 출신의 맨유 선수 박지성으로 보는 여유가 필요한 때이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