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1⅔이닝 3피안타 1실점. 소화한 이닝이 짧아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박찬호(35.LA 다저스)의 2008 시즌 첫 등판 결과는 '1년 전 그때'의 재판이었다. 초반 기막힌 투구로 타자를 윽박지른 뒤 갑작스런 난조에 빠지고 교체됐다. 그러나 투구 내용은 딴판이었다. 마치 전성기를 재현한 듯한 구위였다. 박찬호는 전날 애리조나 타선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5회말 등판, 3타자를 삼진 1개 포함 내리 잡아냈다. 6회에도 첫 두 타자를 범타처리하며 순항했다. 그러나 마크 레널스에게 '밀어치기 홈런'을 얻어맞은 뒤 연속 2안타와 고의사구를 내주고 교체됐다. 지난해 5월1일에도 진행 과정은 비슷했다. 뉴얼리언스 제퍼스(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에서 시즌 개막을 맞은 박찬호는 1달 뒤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세이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로리다 말린스전에 선발 등판, 3회 2사까지 삼진 3개를 빼앗으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경기 시작부터 8타자를 내리 잡아냈다. 그러나 투수인 스캇 올슨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더니 볼넷 2개와 적시타 3개, 폭투로 대거 5실점했다. 4회에는 알프레도 아메사가와 핸리 라미레스에게 징검자리 홈런을 허용했다. 결국 박찬호는 4회말 타석에서 교체됐고, 그것으로 메츠와의 인연은 끝이 났다. 시즌 끝까지 박찬호는 빅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1년 전과 결과는 대동소이했으나 투구 내용은 큰 차이가 있었다. 메츠에선 날카로운 슬러브가 빛을 발한 반면 구위가 기대에 못미쳤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타자를 윽박지르는 직구의 위력이 떨어져 순식간에 무너졌다. 하지만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는 달라졌다. 최고 구속 95마일을 2차례나 찍었고, 직구 평균 92∼94마일을 유지했다. 변화구를 지양하고, 포심패스트볼에 집중했다. 비록 불의의 홈런 포함 3타자 연속 안타를 내줬음에도 기대감을 드높인 피칭이었다. 직구 위주의 투구 패턴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시즌 첫 등판인 점, 자신을 믿어준 조 토리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점, 선발이 아닌 구원 등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이닝 동안 전력 피칭을 해도 무방했다. 이날 등판을 놓고 네드 콜레티 단장과 조 토리 감독 등 다저스 코칭스태프가 어떤 평가를 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결과가 아닌 투구 내용에 집중했다면 박찬호에 대한 수뇌진의 신뢰에 이렇다 할 영향은 없을 듯하다. 첫 경기가 '좋았다가 만' 점을 감안하면 박찬호의 어깨는 다소 무거워지게 됐다. 과정이 아닌 결과가 중요한 메이저리그라는 점에서 다음 등판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시즌 내내 투수진을 11명으로 꾸리는 구단은 없지만 12명으로 풀시즌을 치르는 구단도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12년 전인 96년 박찬호는 첫 2차례 구원 등판서 부진한 뒤 운좋게 잡은 3번째 기회를 기막히게 살렸다. 4월7일 바람부는 리글리필드에서 부상당한 선발 라몬 마르티네스를 구원해 4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인 첫 빅리그 승리투수 기록을 세웠다. 이후 박찬호는 프레드 클레어 단장과 토미 라소다 감독의 신임을 얻었고, 48경기(선발 10경기)에서 5승5패 방어율 3.64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듬해 풀타임 선발투수 자리를 굳힌 계기였다. 96년 당시 박찬호의 보직은 지금과 같은 '스윙맨'이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