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투고타저 시대. 좋은 외국인 투수를 고르기는 쉬울지 모르지만, 좋은 외국인 타자를 고르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한화는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한 팀이다. ‘장수생’ 제이 데이비스를 비롯해 지난해 제이콥 크루즈, 올해 덕 클락까지 3년 연속으로 외국인 타자 스카우트에 성공했다. 한 선수가 한 팀에서 장기집권하는 경우도 있어도, 이렇게 매년 외국인 타자를 갈아치우면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클락의 맹활약으로 데이비스·크루즈가 재조명되는 가운데 세 선수를 비교분석했다.
데이비스
데이비스는 한화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자 한국 프로야구 최장수 외국인선수로 남아있다. 지난 1999년 트라이아웃을 통해 한화에 지명되며 한국야구와 첫 인연을 맺은 데이비스는 2003년을 제외한 2006년까지 7년간 한화에서 근속했다. 7년이라는 시간을 한화와 함께 하며 대표적인 ‘외국인 프랜차이즈’ 스타로 군림했다. 2006시즌 종료 후 재계약에 실패할 때 많은 팬들이 데이비스와의 이별을 아쉬워 했다. 뛰어난 기량도 기량이지만, 컵라면을 즐겨 먹고 홈런을 친 뒤에는 거수경례를 하는 등 친한국적인 모습으로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데이비스는 7년간 총 836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3리·979안타·167홈런·591타점·538득점·108도루를 기록했다. 외국인선수 통산 최다안타·득점·도루·타점 모두 데이비스의 몫이다. 홈런도 타이론 우즈(174개)에 이어 외국인선수 통산 2위에 올라있다. 한 시즌만 더 뛰었다면 홈런에서도 무난히 최다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7년 통산 타율 3할1푼3리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고타율이다. 이병규(주니치)처럼 전형적인 '배드볼 히터'였지만 공을 맞히는 재주가 워낙 뛰어났다. 정확성과 장타를 두루 겸비한 데다 주루도 좋았다. 외야 수비도 초창기에는 범위가 넓었다. 공수주 삼박자를 모두 갖춘 호타준족의 대명사였다.
크루즈
데이비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한화는 같은 좌타 외야수 크루즈를 즉각 영입했다. 데이비스는 2006시즌 후반기를 기점으로 하향세가 뚜렷했고 결국 재계약 포기로 결론났다. 처음 데이비스를 버리고 크루즈를 데려올 때만 하더라도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데이비스가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워낙 좋은 기량을 갖춘 검증된 외국인 타자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크루즈가 야구를 시작한 이후 미국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적응이 우려됐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우였다. 크루즈는 미사일처럼 빠른 적응속도를 보이며 대전구장에서 데이비스의 그림자를 빠르게 지워갔다.
2007년 국내무대 데뷔 첫 해부터 크루즈는 121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22홈런·85타점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볼넷과 삼진도 각각 69개·73개로 배드볼 히터였던 데이비스와 달리 매우 이상적이었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5개의 결승타를 기록했을 정도로 찬스에서 유독 강했다. 김인식 감독은 크루즈의 인내심과 팀 배팅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파워는 데이비스가 낫지만, 정교함은 크루즈가 더 낫다. 가장 중요한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능력도 크루즈가 낫다”는 것이 김인식 감독의 말. 그러나 크루즈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수비와 주루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이는 재계약 실패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
클락
1년 전과 마찬가지로 검증된 외국인 타자를 포기한 한화는 새로운 타자 물색에 나섰다. 크루즈를 영입할 때부터 관심을 보였던 클락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먼저 앞섰다. 크루즈가 워낙 좋은 활약을 펼쳤던 상황에서 타격보다 수비와 주루가 상대적으로 강조된 클락의 영입이 팀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클락은 해외 리그 경험이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한화의 눈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수비와 주루는 물론이고 장타력까지 상실한 크루즈와 달리 클락은 공수주 삼박자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크루즈도 시간의 흐름에 미사일처럼 빠르게 잊혀졌다.
클락은 올 시즌 14경기에서 51타수 16안타, 타율 3할1푼4리·3홈런·7타점·14득점·2도루를 기록 중이다. 2루타와 3루타도 2개씩 기록하며 장타율 부문 전체 2위(0.608)에 랭크돼 있다. 도루 시도는 기대보다 많지 않지만 베이스러닝이 공격적이다. 득점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는 것도 빠른 발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타격도 기대 이상. 중장거리 타자지만 홈런을 심심찮게 터뜨리고 있다. 삼진 6개를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8개를 얻었다. 외야 수비도 최상급이다. 넓은 수비범위와 안정된 포구로 센터라인의 한 축을 지키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타격은 크루즈가 조금 더 낫지만 주루와 수비는 클락이 훨씬 더 낫다”고 평가했다. 물론 향후 활약이 클락에게는 중요하다. 하지만 매경기 메모하고, 분석할 정도로 겸손한 자세로 한국야구 적응에 열을 올리고 있는 클락을 향해 김인식 감독은 “보면 볼수록 빛이 나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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