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년차 신예 중에서 성공하는 타자는 천재형들로 점점 소수에 그치고 있다. 이제 한국야구 수준도 높아져 신예 타자들이 1군 무대에서 깜짝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다”.
요즘 김용달(52) LG 트윈스 타격코치는 한국야구 투수들의 수준이 높아져 타자들이 성공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타격 이론과 실전에 관한한 국내 최고 지도자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코치는 “근년들어 1군 무대에서 꽃을 피우는 타자들은 대부분 2군에서 4~5년을 뛰고 올라온 선수들이다. 고졸이든 대졸이든 2군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타자들이 1군에서 제대로 활약하고 있다”면서 “2군에서 500경기 정도는 뛰어야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술과 힘을 갖는 것 같다. 두산 김현수나 KIA 김선빈처럼 입단 1, 2년차에 1군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드문 케이스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김 코치는 ‘2군 500경기론’을 주장하는 이유로 올 시즌 LG 타선에서 가장 큰 수확인 7년차 중고 선수인 안치용(29)을 비롯해 삼성의 박석민(23)과 최형우(25), 그리고 한화의 추승우(29) 등의 맹활약에서 찾고 있다. 이들은 모두 오랜 기간 2군에서 ‘눈물젖은 빵’을 씹다가 올 시즌 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 타자들이다. 아마시절에는 기대주로 각광을 받았으나 높은 프로의 벽에 막혀 퇴출 위기에 몰리거나 방출의 설움을 딛고 ‘성공시대’를 열고 있다.
신일고 시절 최고 기대주였으나 연세대를 거쳐 프로에 진출한 후 6년간 이렇다할 활약이 없어 매년 퇴출 후보에 올랐던 우타 외야수 안치용은 올 시즌 초반 박용택의 부상으로 1군 도약 기회를 잡은 뒤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찬 안치용은 현재 3할6푼의 고타율에 5홈런 31타점으로 LG 중심타자가 됐다.
박석민과 최형우는 군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복귀해서 삼성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박석민은 부상중인 심정수를 대신해 4번을 맡고 있고 작년 2군 홈런왕 출신인 최형우도 장타력을 과시하며 팀의 공격력 배가에 앞장서고 있다. 우타 내야수인 박석민은 대구고 시절부터 유망주로 인정받아 2004년 삼성의 1차지명됐으나 1군무대에 자리가 없어 상무에 입대해 2군에서 기량향상에 힘썼다. 프로 입단 5년만에 1군무대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현재 3할3리의 타율에 8홈런 3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좌타 외야수인 최형우는 2002년 삼성에 입단했으나 방출된 후 지난 해 경찰청에서 기량을 인정받으면서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은 특이한 케이스다. 최형우는 지난 13일 두산전서 홈런 2방을 터트려 팀의 승리에 기여하는 등 현재 타율 2할6푼2링 9홈런 36타점을 마크하고 있다.
한화 좌타 외야수 추승우도 ‘늦깎이 스타’로 탄생하고 있는 재활용 선수이다. 추승우는 2002년 LG에 입단했으나 1군 무대에서 뚜렷한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방출돼 고향팀 한화에서 새기회를 잡았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후 물을 만난 듯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1군 주전으로 도약했다. 현재 타율 2할9푼1리로 팀의 톱타자를 맡고 있다.
이들처럼 ‘늦깎이 스타’가 된 선수로는 두산 이종욱(28)이 대표적이다. 이종욱은 2003년 현대에 입단한 후 상무 제대(2006년) 때 방출돼 두산에 안착한 후 기량을 꽃피웠다.
투수들에 비해 타자들의 1군 성공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김재박 LG 감독도 김용달 코치와 비슷한 견해이다. 김 감독은 “투수들은 고교졸업 후에도 힘이 있어 적응이 빠르다. 하지만 타자들은 투수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1군 무대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2군에서 오랫동안 기량을 갈고 다듬으면서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단으로서는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처지인 것이 안타깝다. 70명 안팎의 엔트리를 유지해야하기에 5, 6년차의 야수들이 시즌 종료 후 퇴출후보 명단에 오른다. 이종욱이나 추승우도 비슷한 케이스로 엔트리 조정 문제로 구단에서 기다리지 못한 경우”라고 말한다. 새로운 선수들을 입단시켜야 하는 구단으로선 2군에서 오랜기간 머물고 있는 야수에게 기회를 계속 주기가 힘들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야수들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구단들은 2군 활성화를 통해 야수들을 키우는데 힘을 쏟아야할 전망이다. 그래야만 우리 구단 방출 선수가 타구단에서 맹활약, 비수를 꽂는 경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너리그 시스템처럼 2군 엔트리가 늘어나고 활성화돼 자립기반을 갖춰가야만 ‘방출 선수 재활용’보다는 ‘늦깎이 소속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방출선수가 타구단서 빛을 볼까 두려워 2군 선수들을 대상으로한 ‘룰5 드래프트’제도를 도입하지 못한다면 우리 히어로즈가 보여준 ‘네이밍 라이트’를 2군리그에 도입, 2군리그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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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과 최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