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연극배우 염혜란
OSEN 기자
발행 2008.11.06 12: 23

연극 ‘차력사와 아코디언’과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의 억척스런 배우 염혜란을 기억하는가? 연극 바닥에서 펑퍼짐한 연기에 물오른 젊은 여배우로 동아 연극 신인상을 수상한 대학로 연극계의 기대주다. 많은 관객들은 연극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서 김붙들 역의 염혜란을 기억한다.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그녀의 모습은 순진하고 이기적이고 또 초월적이었으며 그 모든 과정에서 염혜란은 동물적인 집착과 본능적인 집중력을 보였다는 평이었다. 요란스런 웃음 끝에 끈끈한 감동을 불어넣는 염혜란식 연기는 최근 대학로 ‘감포’ 시장판을 웃음판으로 만들어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연극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 는 어떤 작품인가? 16부작으로 만들면 좋을만한 작품이다.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와 철거민들의 속사정, 미군부대 양공주들과 놀림거리가 됐던 혼혈아들의 아픔, 장애인과 동성 연예 등... 과하다 싶은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전부 모였다. 비극적인 내용이고 무거운 내용인데, 경주 감포의 지방색으로 풀어 나가고 있어 풋풋하고 편안하다. 연극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에서 박미천은 어떤 역할인가? 윤활유 역할이다. 어느 배우가 봐도 작품에 “윤활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인물이다. 박미천은 감포 시장판에 시끄러운 아줌마다. 특히 사연이 깊은, 시장판에서 싸움이 났다하면 그 아줌마가 주인공이고 모든 사람들의 사연은 줄줄이 꿰고 있을 법한, 궁금한 것은 못 참고 옆에 껴서 주워듣는, 착하지도 않고 욕 잘하고 웃긴, 그런 시장판 아줌마가 박미천이다. 기존에 했던 역할하고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애정이 많이 간다. 이전 작품에서 나이가 많은 아줌마 역할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이미지가 고정이 된 것 같은 생각에 박미천 역을 맡으면서는 “이왕 하는 것, 아줌마 파워를 보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박미천 역은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의 김붙들과 겹쳐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유난히 '개그스러운' 박미천이기에 연출가 손기호는 “개인기에 치우치지 않는 미천이 되길 바란다”고 주문을 하기도 했었다. 웃기는 기능성에 치우치지 않고 진실성으로 박미천을 소화하려고 한다. 기존에 해왔던 배역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어떤 배역을 맡고 싶나? 그 동안 작품의 운이 좋았다. 좋은 작품에 좋은 역을 많이 해왔다. 배역들이 전부 내가 해보고 싶었던 배역이었고, 지금도 배역이 너무 맘에 든다. 특히,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의 박미천은 연기자라면 다들 하고 싶어 하는 매력 있는 인물이라 더욱 맘에 드는 배역이다. 무대에 처음 섰을 때, 해직된 선생님 역을 했는데 강직하고 한결같은 선생님이었다. 이후에‘차력사와 아코디언’에서 뚱뚱하고 못생기고 어눌한 써니 역을 했다.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서 김붙들 역을 했고, ‘B사감은 러브레터를 읽지 않는다’에선 허상 속에서 존재하는 사랑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수현 역을 연기했다. 나는 처음부터 사람 냄새가 나고 인간미가 느껴지는 배역을 꿈꿨다. 지금 해왔던 배역들이 그렇고, 지금 박미천 역도 그렇고 더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고 내가 보던 사람인 거 같은 역할들이다. 일상에 보던 사람들을 연기한다. 너무 만족스러운 배역 운이다. 배역에 관해 연기자로서 도전할 과제가 있다. 리얼하지 않은 작품, 고전적인 작품, 이런 걸 왜 현대에서 하나 싶은 작품을 하고 싶다. 기술적인 면이 필요하고 전달과 화술에 문학적인 텍스트에서 찾아보는 연기가 하고 싶다. 앞으로는 그런 작품의 배역을 해보고 싶다. 그 동안 연극무대에서 애착이 가는 작품은? 전부 매력적인 배역이기에 전부 애착은 가지만, 굳이 선택하라면 김붙들 역과 써니 역이 가장 애착이 간다.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의 김붙들로 상을 받은 것도 있고 ‘차력사와 아코디언’에서 사랑스런 써니가 기억에 남는다. 그 배역들이 가장 큰 역할이기도 하지만 연기자로서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배역을 흡수해서 연기를 하지만, 내가 그 인물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작품들이다. 그냥 옆에 있다는 느낌, 가까이 함께 한다는 느낌, 그것이 나에게 소중한 경험으로 남는다. 특히, 두 배역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과‘차력사와 아코디언’은 배역도 좋았지만 작품성과 배우의 조화가 뛰어났다. 배우 염혜란이 꿈꾸는 배우, 존경하는 배우는 어떤 배우인가? 나는 연우무대 출신이다. 존경하는 배우가 연우무대에 너무 많아 그 많은 선배들 중에 한 분만 언급하기는 어렵다. 내 연기에 있어서 연우무대 선배님들과의 만남은 가장 큰 행운이다. 내가 연극무대에 서는 데에 시작이 연우무대인 것은 가장 큰 배경이 되었다. 연극배우로 무대에 설 때마다 선배들의 말씀이 구구절절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지, 나의 연기방향은 선배들의 말씀들로 향하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들은 진실 되게 연기하는 선배들이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도 선배들 같은 진실 된 연기다. 한국 연극계 배우로서 대학로 연극계에서 바람이 있다면..? 최근 한국 연극계는 대형 뮤지컬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대형 뮤지컬들을 찾는 관객들을 이해한다. 장관을 보는 것, 웅장함을 찾는 것, 그것은 관객들의 취향이다. 하지만 공연이 브랜드화, 명품화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브랜드가 있는 명품을 사고 찾는 것은 소비자의 취향이다. 하지만 드러내기 위해 명품의 브랜드를 찾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연기로 소탈한 무대를 가득 채우는 소극장 연극의 깊이 있는 맛에도 관객들이 꾸준한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 배우 염혜란의 다음 행보는..?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가 앵콜 공연을 올리게 될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더하려 하지 말고 버리려고 한다. 부담도 버리고, 욕심도 버리고, 보이려고 하지 않는 연기를 해야겠다. jin@osen.co.kr 강희수 기자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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