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차이는 분명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일본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한국이 도쿄돔에서 치욕의 대패를 당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프로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6승2패로 앞섰다. 가장 최근 베이징올림픽에서 거푸 일본을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국으로서는 7개월만에 무기력하게 당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노출과 일본의 분석
일단 김광현이 너무 많이 노출되었다는 점이 컸다. 김광현은 일본팀 단골 투수였다. 베이징올림픽과 아시아시리즈에서 모두 5경기에 등판했다. 이번 세이부와의 평가전에서도 등판했다. 여섯차례 등판했으니 일본타자들이 속성을 알수 있다. 이미 한국리그에서 일본구단 스카우트들이 분석한 자료까지 합하면 넘쳐날 수 밖에 없다. 변화구 공략법은 쉽게 나왔다.
이치로를 잡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치로의 극심했던 부진에 대해 "별다는 의미가 없다. 그러다 잘 친다. 우리에게 잘치면 안되는데"라며 경계했다. 그런데 예상이 적중하고 말았다. 이날 김광현을 비롯한 한국투수들이 이치로에게 1회부터 세 타석 연속 3안타를 내준게 패인이 됐다. 톱타자 이치로의 출루는 일본의 득점루트이다. 이치로가 살아나면 일본을 당해내긴 어렵다.
엄연한 실력차
와타나베 세이부 감독은 평가전을 치른 뒤 일본이 가장 강한 팀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의 기량이 가장 낫다는 것 때문이다. 선수 구성을 보면 역대 일본 드림팀 가운데 최강이다. 이치로, 마쓰자카, 조지마, 후쿠도메 등 현역 메이저리거를 비롯해 국내 최고급 선수들로 치장한 팀이다. 반면 한국은 이승엽, 김동주, 박찬호 등 주축선수들이 모두 빠졌다.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투수진의 힘이 일본의 투수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 이날 13실점이 잘 말해주고 있다.
한국의 어수선한 참전준비
한국은 개막전까지도 어수선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팔꿈치 통증을 일으켜 출전과 불참을 놓고 구단과 승강이를 벌였다. MLB 파견트레이너의 제지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다. 추신수의 문제 때문에 개운한 출발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추신수의 출전여부는 타선과 수비진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김병현은 여권분실 때문에 파란을 일으켰다. 상대적으로 완벽한 준비를 마친 일본과는 다른 모습인 것만은 분명했다.
일본만 유리한 일정 특혜
일본은 아시아라운드에서 일정의 특혜를 누렸다. 먼저 5일 중국과 경기를 치르고 6일 하루를 쉬었다. 아시아라운드 개최국이라고 하지만 노골적으로 자국만 챙겼다. 다른 대륙별 라운드에서 일본처럼 먼저 한 경기를 치르고 쉬는 경우는 없다. 일본은 중국을 꺾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고 한국-대만의 6일 경기를 느긋하게 관전하며 공략법을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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