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가져다 준 우규민의 '결초보은 세이브'
OSEN 기자
발행 2009.05.02 07: 54

[OSEN=박종규 객원기자] 믿음을 등에 업은 우규민(24, LG), 마운드에 선 그는 외롭지 않다. LG 트윈스의 마무리투수 우규민이 에이스 봉중근(29)에게 값진 승리를 선사했다. 그것도 무사 만루라는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그 결과로 얻은 우규민의 1세이브와 봉중근의 1승은 훨씬 소중한 가치를 가지게 됐다. 지난 1일 LG는 안방에서 히어로즈를 맞아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박용택의 선두타자 홈런, 이진영의 3점포 등으로 9득점해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LG 선발 봉중근은 8회초까지 5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뒤, 9-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제는 경기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 9회초 최동환이 7점차의 리드를 안고 공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믿었던 최동환이 상상을 초월하는 컨트롤 난조를 보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최동환은 첫 타자 이숭용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이택근에게도 볼넷을 허용한 뒤 브룸바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여기서 그치지 않은 최동환은 클락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로 불씨를 키웠다. 다음타자 송지만마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 밀어내기로 1점을 더 헌납했다. 다급해진 LG는 류택현을 투입하며 화재를 진압하려 했다. 그러나 류택현은 대타 김민우를 2구째 몸 맞는 공으로 내보내며 두 번째 밀어내기 득점을 허용했다. 상황은 9-5에서 무사 만루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4점차에 무사 만루. 이때 LG 불펜에서 걸어 나오는 선수는 우규민이었다. 올 시즌 몇 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인 우규민에게 이 상황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게 사실. 우규민은 이날 경기 전까지 4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그 중 2세이브는 1실점 후 한점 차까지 쫓긴 상황에서 어렵게 마무리한 것이었다. 지난달 15일 문학 SK전에서는 9회말 동점을 허용해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봉중근을 허탈하게 하기도 했다. 그날은 봉중근의 둘째 아이가 탄생한 날이라 봉중근의 아쉬움과 우규민의 미안함은 더했다.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투수판을 밟은 우규민. 강귀태를 상대한 그는 초구를 몸쪽 낮게 떨어지는 싱커로 선택했다. 강귀태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원바운드로 우규민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우규민은 침착하게 포수에게 송구했고, 결국 1-2-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완성됐다. 순식간에 2사 2,3루. 히어로즈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다음타자 강정호를 맞은 우규민은 연거푸 몸쪽으로 공을 꽂아 넣었다. 볼카운트 2-2에서 또다시 몸쪽 승부를 택한 우규민은 강정호를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악몽 같았던 LG의 9회초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우규민은 봉중근의 승리를 지켜내고 시즌 5세이브째를 따냈다. 보름 전 자신이 날렸던 승리를 다시 찾아온 셈이다. 당시 봉중근은 우규민을 격려하며 절망감에 빠져있을 후배에게 믿음을 보냈고, 김재박 감독 역시 “우리 팀의 마무리는 우규민으로 계속 간다” 며 신뢰를 보인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우규민의 마무리는 빛났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어떠한 어려움도 이기게 해 준다. 불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틈새로 재앙이 닥치기 마련이다. 믿음은 우규민의 ‘결초보은’을 가능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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