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천신만고 끝에 특정팀 상대 연패 굴욕을 멈췄다. 롯데는 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서 4-3으로 승리, 작년 6월 6일부터 이어지던 SK전 15연패의 질기디 질긴 악연의 고리를 끊어냈다. 이날도 졌다면 역대 특정팀 상대 최다연패 2위라는 불명예 기록이 나올 뻔 했다. 역대 최다연패 기록 역시 롯데가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2년 9월 27일부터 2003년 9월 13일까지 1년 가까운 동안 KIA에게 18연패 했다. 하지만 이날 롯데가 거둔 승리는 단순히 기록적인 오명벗기에 있지 않다. 바로 전날 경기장 난입 및 경기 후 난동사태를 보여준 롯데팬의 분노를 잠재웠다는 점에서 더욱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전날 일부 롯데팬들은 경기장을 벗어나는 SK 선수들을 향해 돌, 소주병, 물병 등을 마구 집어 던졌다. 표면적으로는 지난달 23일 문학구장에서 있어난 위협구 논란에 이은 벤치 클리어링 사태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킨 것이다. 이는 경기 중에도 욕설과 야유를 SK 선수들에게 쏟아낸 만큼 일부 광적인 팬의 행동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롯데팬들이 그 같은 행동에 동참하지 않았을 뿐 비슷한 심정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날 롯데가 승리하자 그런 우려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SK 선수들은 전날 경험한 광기 어린 팬들의 저항없이 순조롭게 구단 버스에 오른 뒤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다. 결국 '관중난동'이라는 실망스런 행동까지 보여준 롯데팬은 SK에 대한 분노보다는 롯데 승리를 갈구하는 심정이 더 컸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한 롯데팬은 "6일 관중 사태는 단순히 SK를 향한 적대감으로 치부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무엇보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로이스터 감독의 경기 운영방식을 질타하는 팬들의 경고성 목소리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전 승리는 앞으로 최하위로 떨어져 있는 롯데가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날 롯데는 선발 라인업을 대거 손봤다. 최기문, 박남섭, 박정준, 이승화 등 백업요원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이들은 요소요소 때마다 적시타와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여 1만1195명의 관중이 보내는 응원에 보답했다. 그동안 롯데팬들은 작년 3위팀 롯데가 최하위로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로이스터 감독 자질론, 주전들의 의욕을 상실한 듯 보이는 플레이를 성토했다. 또 포스트시즌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음에도 연봉을 현상유지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지어 선수들의 사기를 꺾은 구단 프런트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보냈다. 이 때 SK라는 팀을 만났고 주장 조성환의 부상을 통해 폭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SK는 2년 연속 우승팀이다. 단순히 타이틀이 문제가 아니라 경기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이기려는 투지가 넘쳐흐른다. 상대적으로 롯데 선수들의 느슨한 플레이와는 비교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 롯데팬들로서는 8개 구단 최고의 응원을 보낸다는 자부심이 선수들의 플레이로 인해 상처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결국 롯데는 '관중난동'이라는 롯데팬들의 격렬한 극약처방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어느 정도 사태를 짐작한 셈이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8개 구단 중 맨 마지막으로 두자리 승수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페넌트레이스는 아직 초반이라는 점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앞으로 롯데 관건으로 남았다. "경기장에서 100% 실력을 보여달라. 그러고도 진다면 우리(롯데팬)들은 납득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 작전, 실책이 패배의 빌미로 작용하는 것은 팬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한 명이었지만 전체 롯데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처절하게 들린다. SK전 15연패를 탈출한 롯데가 어떤 행보를 걸을지 그래서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