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승리에 따른 'SK 져주기' 논란에 대해
OSEN 기자
발행 2009.05.08 14: 00

"무사 귀환을 위해 져준 것 아닌가". 최하위 롯데가 SK전 15연패 사슬을 끊자 야구팬들이 술렁이고 있다. 롯데는 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서 4-3으로 신승, 작년 6월 6일부터 이어오던 특정팀 상대 연패행진을 가까스로 멈춰세웠다. 그러나 전날 관중난동 여파로 SK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 있었다는 점에서 롯데의 이날 승리가 비아냥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SK는 박재홍을 비롯해 정근우, 김광현, 전병두, 정대현, 송은범 등 6명을 경기 직전 홈인 인천으로 돌려보냈다. 8일부터 있을 히어로즈전 대비를 위한 포석이다. 이에 야구팬들은 "차포를 따뗀 SK를 상대로 롯데가 이겼다. SK가 불상사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져줄 수 밖에 없었다"며 "팬들의 난동이 승부에 영향을 미쳐다"고 수근거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맞고 또 다른 면으로는 틀린 말이다. 우선 "SK가 롯데에 져줬다"는 의견은 옳지 않다. 무엇보다 김성근 SK 감독이 작년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영입된 로이스터 감독의 등장에 대해 한 말 때문이다. 당시 김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로이스터 감독은 환영한다"면서도 "이제 롯데에게는 질 수 없다. 다른 팀은 몰라도 롯데를 상대로는 어떻게든 이긴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를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 롯데와의 대결은 한국야구와 미국야구의 대결이라 볼 수 있다. 절대 밀릴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열린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한국야구의 기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상태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이끄는 롯데가 이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 같은 김 감독의 생각은 작년 베이징올림픽과 지난 3월 열린 2회 WBC를 통해 더욱 강해졌다. 한국야구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얕잡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강한 메시지였다. 거의 3년만에 1군 마운드에 선 선발 엄정욱이 '위장선발'이라는 의견도 다르다. 이미 엔트리 등록 때부터 선발 투수로 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정욱은 팔꿈치, 어깨 부상 경력 여파로 100%의 전력 투구가 불가능해 중간투수로 쓰기에는 부적합했다. 어차피 선발로 써야 한다면 테스트가 불가피했다. 선수들의 세세한 동작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김 감독의 성격상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취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불펜에서 좋았다 하더라도 실전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이어 나온 고효준은 로테이션상 이날이 맞다. 하지만 이미 롯데와의 3연전 첫날부터 불펜에서 대기상태였다. 선발로 낙점받았지만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최근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져 있었다. 롯데가 이날 우완 엄정욱을 겨냥한 선발 라인업을 선보인 것도 있지만 사실 경기 전 로이스터 감독과 이상구 단장이 미팅을 가진 데서도 알 수 있듯 팀 부진에 따른 쇄신 차원에 한층 가까웠다. 이날 롯데는 강민호, 박기혁 등 주전 멤버를 빼고 최기문, 박정준, 박남섭 등 백업요원을 기용, 종전과 다른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인구를 3번으로 내리는 등 롯데로서는 파격에 가까운 라인업을 선보인 끝에 승리를 따냈다. SK 선수들도 "목숨의 위협을 느껴가면서 야구를 하기는 처음"이라며 어이없는 표정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가서 맞는 것은 맞는 것이지만 져준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SK 전력이 100%가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히어로즈전에 나설 선발투수인 김광현, 전병두, 송은범은 어차피 이날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대신 지난달 23일 경기 후 롯데팬들의 공분을 산 박재홍, 왼 발목을 다쳤지만 경기 전 배팅훈련을 소화한 정근우, 팀 마무리 정대현은 경기 출전이 가능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박재홍을 뺀 데 대해 "선수보호 차원"이며 "더 이상 사고가 나면 프로야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곧 전날 있었던 롯데팬의 난동사건이 재발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부상도 없었던 주전을 어쩔 수 없이 빼야만 했다. 정근우는 대타요원으로 출전이 가능한 상태였고 정대현은 두 경기 연속 경기에 나오며 47개의 공을 던졌지만 위기에서 한 타자 정도는 상대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김성근 감독이 뽑아 쓸 카드가 적었다. 상대적으로 벤치를 지켰던 백업이 대거 출전한 롯데는 종전과는 다른 플레이와 집중력을 들고 나왔다. 작년 3위 전력인 롯데의 이날 승리가 비아냥거리로 전락돼야 할 여지는 없다. 다만 롯데팬들의 전날 난동이 가용할 수 있는 100% 전력으로 맞붙어야 하는 프로경기 사이에 끼어들어 묘미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성숙한 팬 문화 정착이 더욱 절실해진 시점이다. 선수단 역시 1승을 헌납받았다는 비꼬는 평가를 뒤로 할 수 있는 전력을 빨리 갖춰야 할 것이다. letmeout@osen.co.kr ▶ [토토 투데이] 야구팬 57%, 'SK, 히어로즈에 승리할 것' ▶ [8일 프리뷰]KIA 3연승이냐, 롯데 2연승이냐 ▶ SK, 일요일마다 '피크닉 데이' 시행 ▶ 롯데, 'SK전 15연패 탈출전'의 의미 ▶ 'SK전 15연패 탈출' 로이스터, "이런 경기라면 다른 팀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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