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보셨어요. 어떻게 그런 판정이 날 수 있는지 기가 찹니다. 심판 교육이 과연 이뤄지기나 하는 걸까요" "말도 안되는 상황입니다. 코칭스태프가 경기 중에 어떻게 부스 안에 들어갑니까. 또 들어갔다면 그 상황은 당연히 재경기죠" "제가 생각해도 재경기가 맞습니다. 저만 입장이 난쳐해졌어요'.
지난 20일 오후의 일이다. 갑자기 전화기에서 불이라도 난듯 관계자들의 전화가 계속 오기 시작했다. 당일 서울 문래동 룩스 히어로센터에서 열린 하이트와 MBC게임의 경기를 봤냐는 물음과 함께 심판의 권위가 최우선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가장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는 오심이 날 수 있냐는 한탄 섞인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하이트 이명근 감독은 "경기 전 이상이 없던 신상문 선수의 화면이 밀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심판에게 두 차례에 걸쳐 들어가도 되냐고 문의했고,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재경기가 선언될 줄 알았다. 재경기가 안되는 바람에 정말 곤란하게 됐다"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프로리그 4라운드 중반 이후 부쩍들어 판정에 대해 말이 많아졌다. 심판의 '권위'와 '역량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사건이 터질 때 마다 관련 규정을 개선하는 상황이지만 능동적인 움직임 보다는 수동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현장의 경기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20일 하이트와 MBC게임의 경기서 행한 심판의 경기 속개 판정에 대해서는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을 비롯해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국서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헀다.
불과 1주일 전인 지난 13일 공군 입대 이후 좋은 모습을 보이던 박태민의 2경기 연속 몰수패 이후 터진 사건이라 탄성과 항의의 목소리가 커뮤니티 게시판을 중심으로 봇물터지듯 여기저기서 빗발치고 있는 실정.
이에 대해 이재형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국장은 "명백한 오심이 분명하다. 엄격하게 판정을 적용해야 할 심판이 해서는 안될 실수를 범했다"며 "심판의 규정 숙지를 비롯해서 다시 한 번 심판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고, 오심을 한 오형진 심판에 대해서는 협회차원서 징계에 대한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경기인들은 "왜 오형진 심판에 대한 얘기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심판들을 관리하는 총 책임자는 경기 국장 아닌가"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바람에 애를 먹게 된것은 한국e스포츠협회측. 4라운드 들어서 갑자기 판정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도 잘 넘겨왔는데 이번처럼 명백하게 오심 상황이 나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빗발치는 항의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
더군다나 이번일에 대해 경기인들은 판정에 대해 정확하게 근거를 들어 항의할 경우 재판정할 수 있는 기준까지 세우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야구 배구서나 나올 법한 비디오 판정을 e스포츠 리그서도 도입하자는 것.
현재 경기에 대한 규정은 사무국회의의 발의를 거쳐 논의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장 상황에 대해 파악이 느린 사무국 관계자들이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수습을 나선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 이 바람에 규정에 대한 문제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더욱 심하게 불거져 나오고 있다.
감독자 회의가 없어진 시점에서 사무국들이 코칭스태프의 의겸을 수렴해 규정을 개선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경기라는 전문 분야서 감독들의 회의가 없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목임에는 분명하다.
한 게임단의 감독은 "협회가 하면 로맨스고 우리가 하면 불륜이라는 방식에 대해서는 답답하지만 협회의 독단에 대해서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예를 들면 프로리그 08-09시즌 들어서 1, 2라운드는 맵 선정 위원회를 통해서 결정했고, 3라운드 때는 팀의 의겸을 수렴해서 정했다. 그러나 4라운드 방식은 사무국회의서 결정했다. 들쑥날쑥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협회의 방식에 이제는 두 손을 다 들었다. 하지만 최소한 경기에 대한 내용은 우리 감독들이나 경기인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회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e스포츠의 태동과 함께 큰 역할을 담당했던 감독들은 감독자회의가 있던 2006년까지 e스포츠 발전에 큰 축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2007년부터 감독자회의가 없어지고 리그의 전반적인 운영 부분이 아닌 경기적인 요소까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감독들의 입지는 사실상 경기장에 나서는 것 외에는 없어졌다.
어떤 위치에 있건 누구나 e스포츠의 발전을 기대하고 원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만약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진짜 피해자가 팬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팬들이 존재해야 e스포츠의 발전도 있을 수 있다. 보다 활기찬 e스포츠를 위해서 감독자 회의의 부활을 건의하고 싶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