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했기는요. 이종범 선배께 호되게 당했는걸요".(웃음) 자칫 1군 무대도 밟지 못하고 사라질 뻔 했던 유망주가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일 신고 선수서 정식 선수로 등록된 잠수함 오현택(24)이 상대적으로 느린 구속을 무브먼트로 상쇄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계투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오현택은 지난 5일 잠실 롯데 전서 0-3으로 뒤진 1사 만루서 선발 김상현(29)의 바통을 이어받은 뒤 5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4km에 그쳤으나 사사구 없이 탈삼진을 5개나 뽑아낼 정도로 제구력과 볼끝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오현택의 올 시즌 성적은 2경기 승패 없이 평균 자책점 4.26(5일 현재)이다. 장충고-원광대를 졸업하고 2008년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오현택은 원래 스리쿼터형 투구폼으로 공을 던졌다. 그러나 최고 구속이 140km를 넘지 못하는 스리쿼터 투수는 프로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제구력이 좋다는 평을 받았음에도 드래프트서 외면당한 오현택은 두산 입단 후 구속을 높이기보다 무브먼트를 살리는 데 집중하기 위해 사이드암으로 전향했다. 지난 3일 광주 KIA전서 데뷔전을 치른 오현택은 움직임이 좋은 공을 선보였으나 1⅓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가능성에 걸맞는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5일 경기 전 '커브가 장난이 아니다'라는 말을 건네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에요. 이종범(39. KIA) 선배께 크게 당했는걸요"라며 웃어보였다. 쑥스럽게 웃으며 라커룸으로 들어갔던 오현택이었으나 그는 1시간 여 후 호투로 제 실력을 발휘했다. 특히 그의 직구는 상대적으로 느리기는 했지만 다른 투수들의 투심보다 더 좋은 움직임을 보이며 역회전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그가 던진 커브-슬라이더는 특유의 투구폼과 어우러졌다.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향하다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휘어지는 커브와 슬라이더는 2군 관계자들의 칭찬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여기에 패색이 짙던 순간 5이닝 1실점으로 호투, 팀의 8-7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더없이 고무적이었다. 지난해 계투진을 풀타임으로 지킨 잠수함 투수가 전무, 이재우(29)-임태훈(21)에 대한 계투 의존도가 컸음을 감안하면 고창성(25)에 이어 계투진에 합류하며 김경문 감독에 '골라쓰는 재미'를 안겨 줄 잠수함 오현택의 존재는 팀에 반갑기 그지 없다. 한 달 여전 2군서 만난 오현택은 "올해도 못하면 정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나섰다"라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선수 생활의 끝자락에서 투지를 발휘하며 1군 데뷔에 성공한 오현택이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두산 팬들의 기대감을 높여줄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