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송은범이 에이스잖아". 지난 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SK와의 3연전 첫 경기를 앞둔 김인식 한화 감독의 말이다. 우완 투수 송은범(25)이 올 시즌 사실상의 SK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시즌 SK는 단연 김광현(21)이 에이스였다. 다승(16승)과 탈삼진(150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시즌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집어삼키며 최고의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도 마찬가지. 김광현은 5일 현재 8승 무패를 달리며 다승 단독 선두에 올라 있는 것은 물론 방어율 부문에서도 2.54로 3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적어도 시즌 초반인 현재까지만 놓고 볼 때 송은범의 구위는 오히려 김광현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이다. 상대팀 감독도 인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김성근 감독조차 "구위만으로는 팀내에서 제일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인 투수 2명, 채병룡이 중간 투수로 돌아선 SK 선발진에서 김광현과 원투펀치를 이뤄 꿋꿋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기록 면에서도 김광현에 밀리지 않고 있다. 7승으로 류현진(한화) 임태훈(두산)과 함께 다승 공동 2위에 올라 있고 방어율에서는 2.17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9이닝 당 실점은 2.46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으며 피안타율도 2할2푼으로 김광현의 2할4푼2리보다 앞선다. 이닝 당 출루허용(WHIP)은 1.08로 1.28의 김광현보다 나으며 KIA 구톰슨(1.05)에 이은 리그 2위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송은범을 간간이 중간투수로 활용했다. 올해도 지난 4월 채병룡과 함께 중간투수 후보로 쓸 수 있을지 한 차례 시험에 나섰다. 그러나 주저없이 붙박이로 로테이션에 집어넣었다. 송은범은 기대대로 선발로서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 선발로 나온 10경기 중 2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6경기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동안 3자책 이하)였다. 완투승 포함 퀄리티스타트 이상(7이닝 이상 3자책) 경기도 4차례나 된다. 무엇보다 팀의 연승은 잇고 특히 연패를 끊어내는 스토퍼라는 측면에서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있다. 송은범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SK는 지난달 8일 문학 히어로즈전 무승부를 빼놓고는 아직 패배한 적이 없다. 시즌 첫 3연패를 당한 후 등판한 지난달 26일 문학 KIA전, 연패 중 등판한 30일 대구 삼성전이 대표적이다. 스스로도 여유가 넘친다. 작년까지만 해도 평소 인상을 자주 쓰던 송은범은 "요즘에는 야구할 맛이 난다"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바뀌었다. 지난 후 종종 자신을 괴롭히던 편도를 수술한 데 이어 훈련량도 스스로 높여 야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등판하는 경기에서 모두 이겨버리겠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동료들 덕분"이라는 마음 속에서 우러 나오는 겸손함과 배려심이 가득 담긴 말도 올 시즌 들어 자주 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김광현과의 보이지 않는 선의의 에이스 경쟁을 펼치고 있는 송은범. 그가 다시 한 번 연패에 빠진 팀을 구할 스토퍼가 되며 '뉴 에이스' 이미지를 굳혀갈지 기대를 모은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