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라는 팀은 베테랑들을 어떻게 꾸려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팀이다". 김성근(67) SK 감독이 최근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딜레마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2007년과 작년 SK는 이맘 때쯤이면 서서히 2위와 격차를 벌리며 단독 선두로 질주를 시작했을 때다. 그러나 SK는 13일 현재 36승 21패 4무(.590)를 기록해 35승 20패 2무(.614)인 1위 두산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한동안 1위를 지켰지만 어느새 두산에 추월을 당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담담하다. 매월 정해놓은 목표 승수만 채우면 된다는 것이다. "6월에는 15승 10패면 될 것 같다"는 김 감독은 "매월 승수와 패수 차이를 '+5' 이상씩 쌓는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시즌 마지막에는 선두권에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김 감독의 말대로 4월부터 9월까지 꾸준히 +5 이상씩 모으면 승과 패수 차이는 '+35'가 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전력을 항상 안정되게 유지해야 한다. 연패라도 길어져 슬럼프에 빠지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SK는 김 감독을 중심으로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균형을 잘 갖춘 팀이다. 특히 노장들은 김 감독으로부터 특히 존중을 받는 전력군이다. 가득염, 조웅천, 김원형 등 투수와 함께 야수 중에는 박경완, 박재홍, 정경배, 김재현, 이호준, 안경현 등이 베테랑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김 감독의 입에서는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포수 박경완 정도만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작년 전력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3년 연속 60경기 이상을 소화했던 가득염은 두 번이나 2군에 내려갔다 왔다. 방어율도 4.50으로 좋지 않다. 김원형 역시 15경기에서 2패에 4.67의 방어율에 그쳐 2군에 머물고 있다. 2년 연속 40경기 이상을 소화한 것은 물론 작년 앞뒤를 가리지 않고 등판, 12승 6패 3.39의 방어율을 기록한 저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조웅천은 어깨 부상에서 회복, 지난 11일에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날 홀드를 기록하긴 했지만 작년 기량까지 올라왔다는 믿음을 받기 위해서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김원형이 빨리 돌아와야 SK 불펜진이 중심을 잡을 수 있다"면서 "가득염도 굴곡이 있는 편이고 조웅천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야수들도 마찬가지. 2할7푼1리를 기록 중인 박재홍은 시즌 초반 공격을 주도했다. 그러나 오른 허벅지 앞 근육이 찢어져 재활을 거쳤다. 지난 11일 문학 삼성전부터 복귀, 12일과 13일 잠실 LG전에서 대타로 안타를 신고했다. 그러나 주루플레이와 수비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재현은 2할1푼2리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3번 지명타자로 자주 기용됐지만 타격감을 완전히 찾으려면 멀었다는 진단이다. 이외에 정경배(.176) 안경현(.250)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이들을 적어도 한 번 이상씩 2군으로 내려보냈다. '고참으로서 잘해내지 못하는데 대한 부담을 덜고 체력을 안배하라'는 의미다. 작년 시리즈 때 활약한 김재현처럼 결국에는 베테랑의 힘이 SK를 버티게 한다는 믿음이 강하다. 끈질기게 기다려볼 참이지만 나아지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아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4번타자 이호준이다. 10홈런 34타점, 3할8리의 나쁘지 않은 시즌 타율을 기록 중인 이호준은 득점권 타율이 3할9리다. 그러나 8번의 만루상황에서 한 번도 안타를 친 적이 없을 정도로 클러치 능력이 부족하다. 게다가 수술한 왼쪽 무릎 때문에 수비에서도 잦은 실수를 범해 김 감독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급기야 이호준은 지난 13일 잠실 LG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대타로도 나가지 못해 4번의 체면을 구겼다. 김 감독은 이호준 대신 박정권, 박정환 등을 1루수로 더 선호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호준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고민이 크다"면서 "결국에는 베테랑들이 올라와줘야 한다. 그래야 젊은 애들을 끌고 나갈 힘이 만들어진다. 올 시즌 전체를 놓고 볼 때 베테랑들이 빨리 제 위치로 돌아와줘야 SK가 살 수 있다"고 걱정했다. 팀내 보이지 않는 '힘'을 보여주던 베테랑들이 언제쯤 정상적으로 돌아올지, 그 동안 어떻게 공백을 메워갈지 김성근 감독의 머리 속은 복잡하다. letmeout@osen.co.kr 김원형-이호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