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격이다. LG 좌완 에이스 봉중근(29)이 설상가상으로 운수 없는 날을 보냈다. 봉중근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시즌 8승에 도전했으나 올 시즌 최악의 기록을 남긴 채 씁쓸하게 마운드를 조기에 내려와야 했다. 봉중근은 출발부터 꼬였다. 최근 7연패로 독이 오른 SK 타선은 시작부터 봉중근을 몰아붙였다. 톱타자 정근우가 안타로 포문을 열고 1사 2루에서 박재홍이 적시타를 터트려 선취점을 올린데 이어 다음타자 이호준 볼넷으로 만든 1사 1, 2루에서 최정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가했다. 여기까지는 봉중근의 투구를 SK 타자들이 잘 공략한 덕분에 나온 득점이었다. 하지만 봉중근에게는 ‘내부의 적’(?)이 있었다. 계속된 수비 2사 1, 3루서 정상호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 타구를 유격수 권용관이 잘 잡아서 느긋하게 2루에 송구, 1루주자 최정을 잡으려던 것이 그만 세이프가되고 말았다. 그사이 3루주자 이호준은 가볍게 홈인, 3점째를 올렸다. 권용관이 너무 안일하게 펼친 수비였다. 정상적으로 1루에 송구, 발이 느린 정상호를 잡았으면 별탈이 없었는데 그만 일이 커지고 말았다. 가뜩이나 초반 2실점으로 풀이 죽었던 봉중근으로선 더 김이 새는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봉중근은 후속타자들이 나주환과 정근우에게 안타를 얻어맞고 추가로 3점을 더 내줬다. 2점은 자신의 부진한 투구 탓에 내준 점수였지만 나머지 4점을 주지 않아도 될 점수로 봉중근에게는 뼈아팠다. 1회에만 투구수가 52개로 최악이었다. 봉중근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회말 공격서 박용택의 선두타자 홈런으로 1-6으로 따라붙은 2회초 수비서 박재홍과 이호준을 연속 삼진으로 가볍게 잡은 뒤 최정과의 타석에서 SK 벤치의 어필이 들어왔다. 봉중근이 투구전 양팔을 흔들어 타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내용으로 구심에게 어필, 구심이 봉중근에게 동작금지를 지시했다. 봉중근과 LG 벤치는 ‘지금까지 계속해온 동작으로 지금에 와서 왜 문제를 삼나’며 따졌지만 무위에 그쳤다. 심판의 갑작스런 제지로 더 의기소침해진 봉중근은 최정에게 안타를 맞으며 추가로 1실점한 뒤 3회 마운드를 우규민에게 넘기고 내려왔다. 2이닝 7피안타 3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올 시즌 최악의 투구였다. 시즌 최소 이닝 투구로 올 시즌 최고의 ‘이닝 이터’ 체면이 구겨졌다. 또 SK 선발 김광현과의 시즌 2번째 맞대결에서도 완패를 당한 것은 물론 김광현과 경쟁을 벌이던 방어율 부문에서도 더 뒤지게 됐다. 종전 2.73에서 3.18로 치솟았다. 작년 5월 6일부터 이어오던 SK전 연패도 ‘5’로 늘어났다. 봉중근으로선 이래저래 불운한 하루였다. 억세게 운수 없는 날이었다. 한편 LG는 막판 홈런포를 날리며 추격했으나 10-4로 패했다. sun@osen.co.kr 실책성 수비와 상대 벤치의 어필로 시즌 최악 투구를 펼친 봉중근이 마운드를 발로 차며 화를 삭이고 있다. /잠실=손용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