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B조), 요하네스버그]
월드컵의 묘미라면 국가별 대륙별 특성에 4년 간의 축구 전술 발전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각국의 주요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 진출하며 세계 축구 수준이 평준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가별 대륙별 특성이 충분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는 경기였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전술을 선호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를 압도한 것은 그만큼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한다.

◆메시 봉쇄책은 볼을 자유롭게 잡지 못하게 하는 압박수비
아르헨티나의 간판 스타 메시는 비록 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그가 왜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불리는지 충분히 증명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잔 스텝에 이은 짧은 볼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스텝 간의 간격이 매우 짧은데 놀라운 것은 스텝마다 볼을 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리블하면서도 방향 전환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고 수비수의 타이밍을 뺏는 패스와 슈팅이 가능한 것이다.
메시는 시야가 넓을 뿐만 아니라 탄력까지 좋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의 마라도나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에는 압박 수비, 협력 수비의 개념이 부족했음을 생각해 보면 수비 전술이 발달한 현대 축구에서 마라도나를 연상케 하는 선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한국이 메시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가 볼을 자유롭게 잡지 못하게 막는 압박 수비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아르헨티나의 공격 방식은 공격수의 발 아래로 패스를 준 뒤 개인기와 2대1 패스로 돌파하는 것이다. 메시 뿐만 아니라 테베스 이과인 등 공격수들의 특징은 탄력을 이용한 스피드 있는 돌파다. 그들이 탄력을 받기 전에 적극적인 압박으로 미리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아르헨티나 수비진은 강하지 않으나 전체적인 수비력은 약하지 않다
흔히 아르헨티나는 공격이 세고 수비가 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아르헨티나의 진면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분명 아르헨티나의 최종 수비진은 부족한 점이 있다. 잦은 오버래핑으로 인해 라인이 짜임새 있지 못할 때가 있다. 커버 플레이도 미숙한 점을 보인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공격을 진행하던 중 볼을 빼앗겼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수비를 시작한다. 1선과 2선에서 수비를 시작하기 때문에 3선의 수비진이 불안하다 해도 그 약점이 노출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르헨티나의 수비가 약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아르헨티나를 공략할 수 있는 공격 방법은 빠른 패스 연결과 운동장을 폭넓게 사용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아르헨티나의 수비는 1선과 2선에서 이뤄진다. 아르헨티나에 2선에서 볼을 빼앗긴다는 것은 한국의 수비 진영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의 공격수가 탄력을 이용한 드리블을 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르헨티나와 상대할 때 한국의 미드필더들은 그들의 개인 기술을 능가하지 않는 이상 볼을 보유하고 있는 시간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3선 수비진의 커버플레이나 위치 선정은 좋은 편이 아니다. 때문에 가급적 운동장을 넓게 사용함으로써 그들의 수비진을 흔들며 빈 공간을 노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모두 전술상 포메이션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축구를 하고 있다. 포메이션에 맞춰 정적인 축구를 하는 그리스와 달리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순간적으로 선수들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그들의 움직임에 대한 사전 분석이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메시 이과인 테베스 등에게 패스할 때는 달려가는 선수의 발 아래로 정확하게 주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오버래핑을 하는 선수에게는 공간을 활용하는 패스를 넣어준다. 아르헨티나의 모든 선수들이 포지션에 관계없이 득점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수비 입장에서는 준비하기에 까다로운 점이 많겠지만 롱패스를 즐겨하는 팀이 아닌 만큼 압박과 커버플레이에 집중한다면 상대하지 못할 팀은 아니다.
이날 경기서 아르헨티나는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역시 고지대에서 펼쳐지는 만큼 후반 중반까지 실점하지 않는다면 그 이후 적극적인 공격으로 승리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후반 중반이 되기 전까지 수비서는 3선의 숫자를 늘리기 보다는 2선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패스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볼을 잡더라도 자유롭게 돌아서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탄력 발휘를 사전에 저지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지리아 전력은 아르헨티나전을 갖고 판단하면 안된다
나이지리아는 이날 경기에서 야쿠부(8번)를 제외하고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는데 이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실력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는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팀인 만큼 그들이 개인기를 발휘할 수 있는 팀과 상대할 때는 이날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들을 연구할 때는 이날 경기보다는 예전 평가전 등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사진> 요하네스버그(남아공)=송석인 객원기자 song@osen.co.kr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