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모든 연기를 잘 해야 하지만, 요즘은 특히 '부모'의 연기도 필수다.
자식을 낳아보지 않은 젊은 연기자가 부모의 감정을 연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근 작품들 속에서는 청춘 스타들이 자식을 둔 부모로 등장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청춘스타였던 그들이 나이를 자연스럽게 먹음에 따라, 또는 최근 시나리오의 트렌드에 따라 배우들은 엄마, 아빠가 돼 관객들을 만난다. 이렇게 태어난 입체적인 인물이 때로는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지난 2월 개봉해 550여만명의 관객을 모은 '의형제' 속 주인공 강동원이 아빠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강동원은 극중 생애 처음 아빠 연기를 선보이며 무려 6년 동안 북에 있는 아내와 딸을 만나지 못하는 남자의 내면 연기를 펼쳒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딸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보고 발길을 멈추는 모습, 얼굴도 보지 못한 딸의 나이는 여섯 살이 됐을거라는 생각에 아이를 쳐다보는 강동원의 눈빛은, 이전 여심을 흔들던 샤방샤방한 눈빛과는 달랐다.
'늑대의 유혹', 비밀을 간직한 자객 '형사', 천방지축 악동도사 '전우치'까지, 상상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낸 강동원의 변화라면 변화랄까. 스스로도 이런 아빠 연기에 대해 "너무 자연스러워 쇼크받았다"는 재미있는 소감을 들려주기도 했다.

젊고 싱그러운 에너지로 가득한 박진희는 얼마 전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영화 '친정엄마'에서 첫 주부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데뷔 후 처음으로 딸을 둔 엄마 캐릭터를 선보이며 연기 변신을 시도한 것. 2박 3일 여행을 떠난 모녀의 슬프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딸을 둔 딸이라는 설정은 보다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엣지녀' 김혜수는 최근 크랭크인 한 영화 '이층의 악당'에서 까칠한 엄마로 변신한다.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중생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미모의 독설가로 분해 한석규와 호흡을 맞추는 것. 무엇보다도 중학생 딸을 둔 김혜수, 란 설정부터가 흥미롭다.
최근 선보인 드라마 '스타일'에서 '엣지녀'로 도도하고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마음껏 뽐낸 그녀가 180도 달라질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스릴러-추격전의 시나리오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그 중심에 부성애-모성애를 요구하는 영화들이 많아진 것도 이런 양상의 한 이유다. '베스트셀러'의 엄정화, '파괴된 사나이'의 김명민도 자식에게 끔찍한 엄마, 아빠였다. 하반기 선보이는 '아저씨'의 원빈, '심야의 FM'의 수애도 아빠, 엄마는 아니지만 그와 동급인 부성과 모성으로 이야기를 끌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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