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옵션' 데포, '600만 파운드' 카펠로의 구원자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06.24 00: 48

'600만 파운드의 사나이'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을 구한 것은 웨인 루니(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스티브 제라드(30, 리버풀)도 아니었다. '제 4의 옵션'이라던 저메인 데포(28, 토튼햄 핫스퍼)였다.
데포는 2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포트엘리자베서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0 남아공월드컵 C조 3차전 슬로베니아와 경기에서 전반 23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려 잉글랜드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데포는 제임스 밀너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감각적인 침투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가볍게 성공시켰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1승 2무로 승점 5점을 확보하면서 C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전날까지 16강 탈락 가능성을 이유로 잉글랜드 현지 언론의 십자포화에 시달리던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에게는 감동 그 자체였다.
카펠로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사령탑 중에서 가장 많은 연봉(600만 파운드)을 받으면서도 조별리그의 졸전과 기자회견에서 불거진 존 테리와의 불화설로 경질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카펠로 감독이 데포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 기쁨을 숨기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사실 데포의 활약은 이례적이었다. 그동안 카펠로 감독이 데포를 제 4의 옵션으로 분류하면서 출전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카펠로 감독은 앞서 치른 두 경기에서 데포가 아닌 루니와 에밀 헤스키, 피터 크라우치를 중용했다. 투톱의 이상적인 조합이라는 '빅 앤 스몰'을 구성하기 위해서였다. 데포에게 주어진 기회는 알제리전에서 교체 투입된 24분이 전부였다.
그러나 변화가 필요했던 카펠로 감독은 데포를 선택했다. 높이를 희생하더라도 빠른 스피드를 살리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데포는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극적인 결승골은 데포의 스피드가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
데포의 활약은 후반 들어서도 여전했다. 전방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슬로베니아의 골문을 위협한 것. 비록 오프사이드로 판정을 받았지만 후반 4분 슬로베니아의 골망을 흔든 슈팅은 데포의 가능성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카펠로 감독 또한 후반 40분 헤스키와 교체할 때까지 데포에 대한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잉글랜드 언론은 슬로베니아전을 앞두고 카펠로 감독에게 "600만 파운드가 아깝다. 도대체 월드컵을 앞두고 무엇을 준비해왔나"고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 비판은 데포의 활약으로 당분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은 데포를 잉글랜드-슬로베니아전의 맨 오브 더 매치(MOM)으로 선정하면서 활약상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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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IF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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