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의 WC 돋보기] '잉글랜드 피한' 한국, 8강 가면 해볼 만하다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0.06.24 10: 22

[6월 23일 잉글랜드-슬로베니아(C조), 포트 엘리자베스] 
 
각 조의 16강 진출국이 정해지고 있다. 월드컵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아니다. 좋은 경기 내용보다는 16강 진출이 중요하고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단기전이다. 월드컵은 결국 이긴 팀이 강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조별리그의 마지막 경기는 다른 경기와 다르게 각 조의 4팀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한다. 두 경기의 결과에 따라 각종 경우의 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계산하며 지켜보는 것도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한 방법일 것이다.
이날 경기 역시 후반 막판 터진 미국의 결승골로 인해 월드컵 내내 좋은 경기를 보여준 슬로베니아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역시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이기지 않았다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 과거 월드컵서 한국이 조별리그서 탈락한 이후에는 월드컵 열기가 사라져 다른 조의 경기에 관심이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16강 대진은 각 조의 1위와 2위의 대결로 미리 정해져 있는 만큼 다른 조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16강 대진표 추첨식을 관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잠재적 상대를 미리 알 수 있게 된다는 묘미도 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이고 한국이 16강까지 진출한 만큼 전 세계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는 명승부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어느 경기보다 경기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도 결과에 치중하다보니 내용 자체는 그리 좋지 못했다.
하지만 원래 월드컵에서는 선수진이 화려한 강팀은 조별리그서부터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조직력이 갖춰지며 내용이 차츰 좋아진다. 잉글랜드도 우여곡절 끝에 16강 진출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 그 결과가 기대된다.
잉글랜드는 전통적으로 롱패스와 스트라이커에 의존하는 팀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루니를 중심으로 팀 전술을 구성했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단신 선수인 데포가 그의 파트너로 나왔다.
보통 롱패스와 크로스를 즐겨하는 팀은 장신 스트라이커를 선호하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루니와 데포 모두 순발력을 앞세우는 선수이기 때문에 예상 외의 두 단신 선수의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할 수 있다.
잉글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11명 선수 모두가 개성적이라는 것이다. 이날 경기는 다행히 이들이 조화를 이뤘지만 잉글랜드에는 박지성과 같이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선수들의 호흡이 어긋날 경우에는 경기마다 기복이 심할 가능성이 있다. 선수진 자체는 상당히 좋은 만큼 16강 이후 어느 정도의 조직력을 갖추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오른쪽 공격이 활발했는데 밀너와 존슨의 공격 가담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후반에는 왼쪽의 콜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슬로베니아를 압박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평상심만 유지했다면 대승을 거둘 수도 있었겠지만 16강 진출이 달린 마지막 경기임을 고려하면 아무리 잉글랜드라고 해도 평소처럼 플레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경기 결과로 인해 한국의 잠재적 8강 상대가 잉글랜드에서 미국 혹은 가나로 바뀌었다. 잉글랜드는 16강 이후 점점 좋아질 것을 감안하면 이는 한국에 있어 매우 반가운 결과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16강전이 남은 둔 상태서 8강 이후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 수도 있다. 16강 자체도 대단한 성과일 뿐만 아니라 16강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16강 상대인 우루과이가 견고한 수비력과 포를란을 중심으로 한 3톱이 위협적인 팀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월드컵이란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팀 중 만만한 팀은 있을 수 없다. 우루과이라는 16강 상대와 잠재적 8강 상대로 미국 혹은 가나가 결정된 것은 한국에 매우 긍정적인 대진임은 틀림없다.
개인적으로는 매 월드컵을 항상 결승전까지 지켜봤지만 역시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니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즐거움이 더해져 월드컵의 매력이 배가되는 것 같다.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아야 월드컵을 공감하며 즐길 수 있다. 태극전사들이 이 축제를 가능한 한 오래 즐길 수 있게 해주길 기대한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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