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북한-코트디부아르(G조), 넬스프루트]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이전 경기와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경기서는 상대팀의 약점을 공략하거나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는 상대팀이나 특정 선수가 아닌 경우의 수라는 외부조건의 영향을 받아 별도의 목표의식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

각 팀이 처한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그 팀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월드컵 특유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16강 진출이 좌절된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승리보다는 득점에 목표를 둔 플레이를 했다. 코트디부아르는 브라질과 비교해도 공격진의 기량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북한이 승리를 목표로 했다면 브라질과 경기처럼 정대세를 제외한 9명의 선수를 수비적으로 배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3선과 2선의 간격을 일정 부분 유지했고, 정대세를 포함한 3명의 선수를 항상 공격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에 포진했다. 이것은 패배를 당하더라도 득점은 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코트디부아르는 7골 이상을 득점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극단적인 공격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실제로 전반 초반부터 여러 차례의 골찬스가 있었고 전반 중반에 2골을 득점함으로써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특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은 선수에게 과도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득점에 실패했고, 코트디부아르는 그 많은 골 찬스 중에 겨우 3번밖에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북한으로서는 득점에 강한 열의를 보였는데도 정대세가 결국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사실 코트디부아르는 공격에 집중했기 때문에 정대세를 집중 마크하지 않았다.
축구의 꽃은 누가 뭐라 해도 골이다. 최전방 공격수에게 볼이 연결되기까지는 골키퍼를 포함한 다른 10명의 선수의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공격수는 동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어진 그 볼을 득점으로 연결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정대세는 이날 경기에서도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보다는 득점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분명 그의 저돌성은 스트라이커로서 인상적이지만 그가 박지성 루니 드록바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스타라면 신체 능력과 개인 기량만으로는 부족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팀에 공헌할 수 있는 집중력을 보여야 한다.

반면 코트디부아르는 골에 대한 놀라운 열의를 보였다. 특정한 공격 전술을 통해 골을 노리기보다는 단지 공만 잡으면 골문을 향해 최단거리로 돌진한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드록바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의 기량이 우수하기에 북한의 수비진을 상대로 함에 있어서는 특별한 공격 전술이 없음에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만약 그들이 북한과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붙었다면 7점차 승리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축구에 만약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을뿐 더러 이러한 코트디부아르의 무조건적인 공격 전술 또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코트디부아르의 공격력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브라질과 포르투갈은 16강에 오를 자격이 있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탈락한 프랑스 이탈리아 등 강호와는 달랐어도 코트디부아르 역시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죽음의 조라는 명칭에 부끄럽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제 조별리그가 막을 내렸고 26일부터 16강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토너먼트는 어떠한 계산 없이 순수하게 승리만을 위한 경기다. 조직력 부족, 전술 실패 등의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경기 결과가 곧 실력을 의미한다. 토너먼트에 진출한 16개 나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기력으로 전 세계의 축구팬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길 기대한다.
OSEN 해설위원(FC KHT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전 대우 로얄스 및 아주대 명지대 감독)
<정리> 김가람 인턴기자
■필자 소개
김희태(57) 해설위원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대우 로얄스, 아주대, 명지대 감독을 거친 70년대 대표팀 풀백 출신으로 OSEN에서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김 위원은 아주대 감독 시절 서울기공의 안정환을 스카우트했고 명지대 사령탑으로 있을 때는 타 대학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박지성을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낸 주역입니다. 일간스포츠에서 15년간 해설위원을 역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6년 대회까지 모두 5차례의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현재는 고향인 포천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초중고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