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 "승보다 던질 수 있다는 짜릿함이 더 좋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7.01 07: 31

투수들은 말한다. "몸에 칼을 대는 수술과 끝이 보이지 않은 재활만큼 힘든 시간은 없다"고.
넥센 히어로즈 사이드암 투수 박준수(33)가 두 번의 수술과 재활의 긴 터널을 빠져 나와 무려 1003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 2007년 현대 시절 10월 1일 수원 SK전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후 1승을 추가하는데 해가 3번이나 바뀌었다.
박준수는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이날 그는 직구 최고 구속은 136km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직구처럼 날아오다 짧게 꺾이는 120km중반대 슬라이더를 바탕으로 LG 타자들을 꽁꽁 틀어 막았다.

 
1003일 만에 감격적인 승리를 거둔 박준수는 "지난해 1월 팔꿈치 수술, 6월 어깨 수술을 하며 정말 열심히 재활했다"고 말한 뒤 "수술과 재활을 반복해 본 선수들은 나의 마음을 알 것"이라고 차분히 이야기했다.
서울고-경희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던 박준수는 2006시즌 5승 5패 38세이브(2위) 평균 자책점 1.82의 호성적으로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2008년 10월 1일 목동 삼성전 ⅔이닝 퍼펙트 투구 이후 1군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춘 채 수술과 재활에 전념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듯 했던 터널에 진입했다.
특히 팔꿈치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는 점은 지난 1년 간의 재활 기간이 엄청나게 힘들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오랫동안 재활에 전념했던 박준수는 올 시즌 2군 남부리그에서 12경기 1승 1패 1홀드 평균 자책점 4.70의 성적을 올렸고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되어 당일 ⅔이닝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이후 꾸준히 마운드에 오른 박준수는 26일 목동 삼성전에 7회 구원 등판했지만 선두타자 이정식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김상수에게 희성번트를 허용한 뒤 송신영에게 공을 넘겼다. 그러나 송신영이 조동찬에게 홈런을 맞으며 팀이 3-8로 패해 박준수는 패전투수가 됐다.
패전투수가 됐지만 그는 행복했다.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기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4일 후, 박준수는 잠실 LG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그는 "승이라는 기록보다는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짜릿함을 오늘 느꼈다"며 "오늘 운 좋게 올린 승은 열심히 재활한 덕분에 얻은 상이라 생각하겠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한때 박준수는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리며 '준수불패'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긴 재활을 마치고 복귀하자 팬들은 그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1.50이라는 기록으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써내려 가고 있다.
agass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