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탑·엄기준, 배우들의 '재발견'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0.07.05 08: 15

배우들을 재발견하는 기쁨은 크다. 특히 상반기 스크린에서는 기존에 알고 있는 것에 더해 '이런 면모가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로운 발견의 재미를 주는 연기자들이 있었다.
상반기 스크린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재발견된 여배우는 조여정이었다. 조여정은 19금 사극 '방자전'에서 사랑과 신분상승 모두를 성취하려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새로운 춘향으로 분해 이색 매력을 과시했다.
 

극중 아름다운 한복 자태 속에 순수와 도발을 오가는 이중적 면모를 뽐내는 조여정은 매혹적인 여배우로 손색이 없었다. '방자전'은 대표작 없는 이미지 배우로 흐를 수도 있던 조여정을 재발견하는 작품이고, 또 조여정은 이 작품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값진 보석을 얻었다.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과감한 노출 연기는 여배우의 연기 폭을 넓히기도 한다.
 
그룹 빅뱅의 멤버 탑은 아이돌 스타를 넘어 안방극장 스타를 지나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이뤄냈다.
아이돌의 연기자 변신이 어느 정도 팬들의 고정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니지만, 영화는 드라마보다 보다 어렵다. 돈을 내고 극장을 가는 성인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스타성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특히 멜로나 액션물이 아닌 전쟁물이란 장르를 통해 탑은 지금껏 쌓아 온 스타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대신 전쟁의 상흔이 가득한 유약하면서도 강인한 소년으로 변신해 눈길을 끌었다. 거대한 전쟁터에 내던져진 열일곱 소년이 느끼는 두려움과 전쟁의 무게를 섬세한 표정 연기를 통해 표현해냈다.
'아이리스'에서의 가상 인물 같은 카리스마가 여태껏 연기자 탑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잔상이었다면, '포화속으로'를 통해 백지 도화지 같은 가능성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가장 기대되는 연기파 아이돌로 손꼽힌다.
 
엄기준은 '살인마' 캐릭터를 멋지게 해 내 새로운 발견의 재미를 주고 있다. 현재 상영중인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서 엄기준은 박해일, 하정우의 살인마 캐릭터 계보를 잇는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박해일은 '살인의 추억'에서 고운 손과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살인마 같지 않은 살인마로 등장했다. 선한 눈동자 속에 가끔씩 보는 이의 심장을 죄어오는 듯한 차가운 눈빛이 숨겨진 살인 본능을 내비치는 듯 했다. 하정우는 '추격자'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히 "죽였어요"라고 말하고, 조금의 주저없이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악마성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파괴된 사나이' 속 엄기준은 이 둘을 합쳐놓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순수하고 단정한 얼굴이지만 뭔가 감추고 있는 듯 사연이 많은 눈빛으로 취조를 받는 '살인의 추억' 속 박해일의 모습이 비치다가도, 장애물을 발견했을 때 일말의 주저함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흉포한 모습에서는 '추격자'의 하정우가 겹쳐진다.
극중 엄기준이 맡은 살인마 최병철은 확실한 직업과 삶의 목표도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오디오광. 단정하고 깨끗한 외모는 보는 이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는 욕망에서 삶에 대한 에너지가 가득하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유괴도 살인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적 면모가 내면에 꿈틀댄다.
이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를 한 엄기준은 장기인 좋은 목소리와 절제되고 차가운 눈빛을 잘 살려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그를 쫓는 '연기 본좌' 김명민에 조금도 눌리지 않은 에너지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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