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갈 수 없어 특타를 좀 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경기였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이재원(22, SK)이 있었다.
이재원은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 교체 선수로 출장, 7-7로 팽팽하던 9회말 1사 2루에서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팀에 극적인 역전승을 안겼다.

이재원의 이날 끝내기는 승리 외에도 의미가 있었다.
이재원은 경기 후 "수비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경완에 이어 7회부터 마스크를 쓴 이재원은 팀이 5-6으로 뒤진 8회 전현태의 도루를 저지하려다 악송구, 무사 3루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한화 장성호의 좌익수 희생플라이가 나오면서 2점차가 났고 패색이 짙어보였다.
그러나 8회 동점이 됐고 9회 1사 2루 상황을 맞은 이재원이 끝냈다. 이재원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세키가와 타격코치에게 "내가 끝내겠다. 지켜봐달라"고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는 이재원 스스로 느낀 전날의 참담함 때문이었다.
이재원은 14일 문학 한화전 2-1로 추격하던 2회 1사 만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괴물'로 불리는 동기 류현진이 서 있었다. 2008년 이후 첫 대결. 외야 플라이만으로도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날 류현진의 볼은 좋지 않았다. 이를 간파한 김성근 감독이 승부수를 띄운 것이었다. 그런데 불카운트 0-2에서 친 공은 3루수 정면으로 굴러갔고 병살타로 끝나고 말았다.
이재원과 류현진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유명하다. 2006년 나란히 프로에 데뷔한 둘은 당시 신인지명 때문에 지금까지도 엇갈린 주인공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천 연고구단인 SK가 이재원을 1순위로 선택, 류현진이 2차로 밀리면서 한화 유니폼을 입는 계기가 됐다. 류현진의 팔꿈치 수술 이력과 이재원의 포수 능력이 부른 결과였다.
하지만 신인 류현진이 신인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면서 최고 좌완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반면 이재원은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을 떨치며 타격적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반쪽 타자였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올 시즌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포수가 됐다.
이재원은 그날 경기가 끝난 후 집 대신 실내훈련장으로 향했다. 방망이를 든 이재원은 특타를 자청, 만족감이 들 때까지 스윙을 돌렸다. 그러면서 세키가와 코치에게 "내일 경기는 내가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웃었던 세키가와 코치도 이재원의 비장한 표정을 보고는 웃는 것을 멈춰야 했다.
김성근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준비를 하지 못했던 탓도 있다. 포수 장비를 갖춘 채 불펜에서 공을 받아주고 있었다. 급하게 타석에 들어서 제대로 호흡을 갖출 사이도 없었을 것"이라고 감싸 안았다.
그러나 이재원은 "급하게 들어서 준비를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다 핑계일 뿐이다. 나 스스로도 그 때 나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미리 준비하고 긴강했어야 했다"고 자신을 자책했다.
결국 전날 준비되지 않은 순간을 스스로의 잘못이라 몰아세운 이재원이었다. 류현진과의 맞대결 패배는 팀에게 소중한 1승을 안겼다.
한편 김 감독은 15일 경기를 앞두고 엔트리 조정을 준비 중이었다. 정상호와 이재원을 바꾸려고 했던 것. 그러나 갑자기 이를 멈췄다. "그냥 이유는 없었다. 그런 느낌이 순간 들었다. 그런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며 김 감독은 웃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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