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유망주 배출을 위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최인철(38)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독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2010 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3~4위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전반에 슈팅수 8-0으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득점없이 후반에 돌입, 4분 만에 지소연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한국은 공세를 이어갔고 아쉽게 추가골은 뽑아내지 못했지만 침착하게 경기를 잘 마무리해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스위스(4-0)와 가나(4-2)를 연파하고 조 2위로 8강에 진출해 멕시코(3-1)를 꺾고 준결승에 올랐지만 독일에 1-5로 패해 결승행이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3~4위전에서 콜롬비아를 꺾고 한국의 FIFA 주관대회 첫 3위 위업을 이뤄냈다.
동북고를 졸업한 뒤 건국대에서 프로 진출의 꿈을 키웠던 최 감독은 졸업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걸린 결핵으로 선수 인생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1998년 동명초 코치로 부임하며 여자축구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후 최 감독은 오주중, 동산정보고 등을 거치며 실력을 쌓아갈 수 있었다. 또 지소연과 정혜인, 문소리 등 출중한 실력을 갖춘 제자들까지 길러내며 점점 여자축구계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6년 19세 이하(U-19) 여자 대표팀 수석코치로 임명됐던 최 감독은 이듬해 여자 국가대표팀 코치로 승격해 2008년 U-19 여자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에 이르렀고 세계 3위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던 최인철 감독은 뜻 깊게 대회를 마무리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선수들이 정말 수고해줬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다음은 최 감독의 일문일답.
- 3위에 오른 소감은.
▲ 대회기간 내내 여러 경기를 치르며 선수들이 많은 발전을 이뤘다. 비록 독일을 상대로 참패했지만 선수들이 그 기억을 잊고 콜롬비아를 상대로 잘 준비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되어 기쁘다. 독일에 온지 한 달이 되어가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다운됐는데 동메달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줘서 고맙고 자랑스럽다.
- 골을 더 넣을 수도 있었다. 경기 내용을 평가한다면.
▲ 전반전에 패스워크는 실수도 적고 참 좋았는데 문전서 날카로움이나 세밀함이 부족해 좀 답답했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좀 더 정확한 킥이 나오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콜롬비아 선수들의 페이스를 감안했을 때 후반전에는 반드시 골을 넣을 것이라고 믿었다.
- 3위의 성적을 거뒀는데, 목표한 바를 이룬 것인지.
▲ 어느 대회이든 감독과 팀의 목표는 우승일 것이다. 하지만 6년 만에 출전한 여자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사상 최초의 3위 기록을 만든 것도 놀라운 결과라 생각한다. 목표를 이루고 못 이루었고를 떠나서 한국축구사에 뜻깊은 일을 해낸 것 같아 기쁘고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 지소연의 한국 최초 FIFA 주관대회 득점상 수상이 무산됐다.
▲ 비록 골든슈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런 큰 대회를 통해 한국에 지소연이라는 뛰어난 테크니션이 있다는 것을 알리게 된 것은 선수 개인이나 한국 여자축구계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소연이의 기술이나 상황 인지 능력 등을 감안할 때 국내리그에 남기보다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리그에 진출해 더 큰 목표를 갖고 발전을 이뤄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일각에서는 한국 여자축구 저변을 감안할 때 U-20 여자대표팀이 ‘신화’를 이뤘다고 얘기한다.
▲ 한국 여자축구 환경이나 저변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해주신 분들께는 너무 감사한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다소나마 여자축구에 대해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것이고, 팬들도 생겼으리라 기대한다. 이번 대회가 더 많은 여자축구 유망주들의 배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2년 동안 팀을 꾸리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 지금 이 팀을 맡아 첫 소집을 한 것이 2008년 8월 25일 가평에서였다. 그 때와 비교했을 때 선수들은 엄청 많은 발전을 이뤘다. 선수들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 가장 아쉬웠을 때는 기술력 등에서 선수들이 스스로를 세계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갖지 못할 때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 서로를 격려하고 다그치면서 지금의 이순간을 만들게 되어 많이 뿌듯하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당연히 바로 지금이다(웃음).
- 한국축구사를 새로 썼다. 앞으로의 계획은.
▲ 남자축구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여자축구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세계대회 3위를 이뤄낸 것이 상당히 자랑스럽다. 또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것 또한 무척 영광스럽다. 앞으로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귀국하면 국내리그가 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선수들도 체크하고, 당분간은 U-15세 여자대표팀등 유소녀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10bird@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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