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맙지. 초반 경기 내용을 만들어갈 수 있게 이끌어주니까".
포수로서 자신을 잘 리드해주는 후배에 대한 고마움이 드러났다. '써니' 김선우(33. 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새롭게 주전 포수로 기회를 얻고 있는 파트너 양의지(23)에 대한 대견함을 드러냈다.

김선우는 지난 4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동안 7피안타 무사사구(탈삼진 7개) 2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시즌 11승(5패, 5일 현재)째를 따냈다. 2년 연속 11승을 거뒀지만 지난 시즌 5.11의 높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던 김선우는 올 시즌 3.90의 평균 자책점으로 지난해보다 한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후 김선우는 '강판하자마자 무안타에 그치던 양의지가 홈런포를 쏘아올렸다'라는 이야기에 웃어 보인 뒤 "그래도 경기를 만들어 갈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후배다"라고 답했다. 이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월 중순 경이다. 함께 경기를 준비하던 김선우와 양의지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선발 투수 등판 시 양의지의 타격 성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양의지는 "임태훈이 나올 때 내 타격 성적은 4할 대"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임태훈이 나올 때 결승타점을 올리는 김현수만이 아니라 자신도 임태훈의 타격 도우미라는 말이다.
그러자 곁에 있던 김선우는 "내가 나올 때도 좀 잘 쳐봐라. 어떻게 첫 경기(3월 30일 목동 넥센전)에서 홈런 두 개치고는 소식이 없냐"라며 농을 던졌다. 당시 김선우 등판 때 양의지의 타격 성적은 2할5푼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이야기했다기보다 농담 삼아 한 이야기.
양의지도 김선우의 이야기가 진의가 아닌 것을 알고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일입니까"라며 넉살 좋은 웃음과 함께 수비 훈련을 위해 장비를 착용하고 그라운드로 나섰다. 파트너에게 장난 섞인 구박을 한 김선우였으나 "그래도 저 녀석 덕분에 편하게 던지는 거다"라며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미 첫 경기서부터 양의지와 호흡을 맞추며 "어린 선수답지 않게 배짱도 있고 머리 회전도 빠른 편이다"라며 높은 점수를 주었던 김선우. 그래도 이 이야기가 나온 후 양의지가 종종 멀티히트를 때려낸 덕분에 김선우 등판 시 양의지의 타율은 2할6푼1리(69타수 18안타)로 올라갔다.
4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당시 대화가 생각나 김선우에게 그에 대한 말을 꺼냈다. 그러자 김선우는 환하게 웃으면서 "(양)의지가 초반에 잘 리드해주는 덕분에 내가 승리를 챙기는 것이다. 내게는 정말 고마운 후배"라며 뒤에서 따뜻한 이야기를 했다. 첫 풀타임 시즌임에도 불구, 팀의 핵심 위치인 포수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후배가 대견하다는 뜻이다.
양의지도 김선우에 대해 "구위가 좋을 때는 타자 몸쪽으로 적극적으로 던지는 공이 제대로 먹혀드는 선배"라며 믿음을 비추고 있다. 양의지에 대한 김선우의 따뜻한 마음씨 속에서 나이를 초월한 배터리의 신뢰를 알 수 있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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