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로 영욕의 16년을 보내 '거미손' 이운재(37, 수원 삼성)가 마침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한국 최고의 골키퍼로 불리면서도 팬들의 혹독한 비판에 힘겨워했던 이운재. 골키퍼라는 외로운 자리에서 그가 보냈던 시간들을 되돌아봤다.
▲ 영광의 순간
이운재가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것은 1994년 미국 월드컵. 당대 최고의 골키퍼였던 최인영이 부진하면서 독일과 3차전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월드컵 무대를 경험했다.

자신의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김병지에 밀려 잠시 대표팀을 떠나기도 했지만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끌면서 화려한 날갯짓을 했다. 특히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보여준 놀라운 선방은 그가 왜 최고의 골키퍼인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 굴욕의 시기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굴욕의 시기가 도래한 것. 2007년 아시안컵 기간에 술을 마신 게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3위)으로 비난을 받던 상황에서 이운재를 포함해 이동국과 김상식 등이 음주 파문에 빠지면서 은퇴 위기까지 몰렸다. 1년 간의 대표팀 자격정지는 그의 인생에 오점이었다.
다행히 허정무 감독의 배려 속에 '백의종군'의 기회를 얻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허정무호가 무패 행진 속에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한 것은 이운재가 아니면 불가능한 결과였다.
▲ 아름다운 마무리
하지만 본선에서 그에게 기회는 없었다. 하락세로 돌아선 기량으로 정성룡에게 골키퍼 장갑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첫 원정 16강 진출의 영광도 정성룡의 몫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운재가 선택한 것은 대표팀 은퇴.
이운재는 오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로 이운재가 기록하는 A매치 출장 횟수는 132경기. 4경기만 더 치르면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보유한 A매치 최다 출장 기록을 경신할 수 있지만 아름다운 마무리를 선택했다.
이운재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대표팀 생활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면서 "더 뛸 수도 있겠지만 이미 많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숫자에 연연하고 싶지 않았다. 프로무대에서 더 활약한 뒤 후배들을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stylelomo@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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