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최하위. 명과 암이 공존한다.
한화는 지난 19일 대전 롯데전에서 패하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최하위가 확정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하위. 역대 프로야구를 통틀어 8번째다. 한화 구단으로서도 2년 연속 최하위는 처음이다. 시즌 전부터 하위권이 예상됐지만 막상 결과물이 이렇게 나오니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 하지만 한화는 리빌딩 중인 팀이다. 김태균 이범호 등 기둥들이 대거 빠져나간 상황에서도 지난해보다 3승을 더 거둔 건 그만한 수확이 있다는 뜻이다.
▲ 에이스 존재감

'괴물 에이스' 류현진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류현진은 올해 25경기에서 5차례 완투, 3차례 완봉을 포함 16승4패 평균자책점 1.82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특히 퀄리티 스타트만 23차례나 해냈다. 퀄리티 스타트의 기준을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로 넓혀도 18차례나 된다. 류현진의 선발등판 자체가 큰 화제가 될 정도로 리그 전체에 에이스의 존재감을 확실히 떨쳤다. 한화 역시 류현진이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16승8패1무로 승률 6할4푼을 기록했다. 시즌 승률보다 2배 가깝게 높다. 승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에이스란 바로 이런 것이다. 시즌 막판에 피로누적으로 타이틀 경쟁에서 멀어졌지만 한대화 감독은 "내년도 있다"면서 에이스의 미래를 생각했다.
▲ 4번 타자 발굴
최진행이라는 4번 타자를 발굴한 건 올해 한화의 최대 수확이다. 적어도 파워 면에서 최진행은 전임 4번 타자 김태균의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타율이 2할5푼6리로 낮은 게 아쉽지만, 31홈런 86타점으로 파워를 과시했다. 붙박이 주전 첫 해부터 30홈런을 넘겼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 4번 타자를 키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한화는 전통적으로 홈런 타자가 많이 배출된 팀답게 또 하나의 거포가 탄생했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다. 확실하게 자기 것을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최진행도 "내가 뭐가 부족한지 잘 알고 있다. 시즌 끝난 뒤 교육리그에 가서 죽어라 연습할 것"이라며 배움의 의지를 나타냈다.
▲ 빨라진 독수리
지난해까지 한화는 상대를 괴롭히는 데에는 약점이 있는 팀이었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홈런으로 위압감은 줬지만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이 부족해 상대 입장에서는 쉽게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69개였던 팀 도루는 올해 118개로 대폭 늘어났다. 팀 자체로 봐도 지난 2001년 이후 9년 만에 세 자릿수 도루다. 이제 상대에게 '언제든 달릴 수 있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졌다. 한대화 감독은 "공격력이 강한 팀은 굳이 도루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는 못 치니까 기동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요즘은 분명 빠른 야구가 대세"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전현태(28개)뿐만 아니라 김태완(7개) 신경현(6개) 최진행(5개) 등 덩치 큰 선수들까지 과감하게 달리고 있다.
▲ 경험과 배짱
한대화 감독은 지난 15일 대전 넥센전에서 3루수 전현태의 실책을 떠올리며 "정말 삼삼하더라"며 뒷목을 잡는 포즈를 취했다. 젊은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이런저런 실책을 많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 감독은 "연습이랑 실전은 마음가짐에서 다르다. 실수하면 위축되고 쪼그라들어 기록되지 않는 실책들도 많이 나온다. 그런 것은 경험이 쌓여야 하는 부분이지만 연습을 통해서라도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운드의 젊은 투수들이 배짱있게 승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투수는 자고로 배짱이 좋아야 한다. 과감하게 승부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 투수들이 그게 참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원상 양훈 김혁민의 성장이 더딘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 훈련밖에 없다
올해 한화는 주전으로 뛰지 않았던 선수들이 상당수 기용됐고 그만큼 기복이 심했다. 한대화 감독은 "경험없는 선수들은 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들쭉날쭉하기 마련이지만 좋았을 때 감을 금방 잊어버리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기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훈련하는 것이 답이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경기 뒤 승패에 관계없이 야간훈련을 빼놓지 않고 있다. 한 감독도 직접 그라운드로 나와 지도할 정도로 열성이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한화는 경기가 없지만, 추석 당일을 빼고 모두 훈련할 계획. 한 감독은 "팀 성적이 이런데 쉬어서 뭐하겠나. 연습이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 무에서 유 창조?
한화의 걱정은 내년에도 뚜렷한 전력보강이 없다는 점이다. 고교무대를 주름잡은 '슈퍼루키' 유창식이 가세하지만 원래 고졸신인의 활약은 장담할 수 없는 법이다. 한대화 감독도 "아직 고등학생이다.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고동진과 한상훈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지만 한 감독은 "야수는 2년 공백을 메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여기에 입대해야 할 선수들이 줄줄이 늘어서있다. 아직 입대 문제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몇 명의 선수의 경우 입대를 연기할 수도 있다. 훈련밖에 없다고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2군 전용 훈련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 감독은 "신탄진에 짓는다더니 또 말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 감독은 리빌딩을 하러 온 사람이지 마술을 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 그만큼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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