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타이틀을 땄다고 하니 정말 기분이 좋다".
리그를 평정한 '구원왕'의 솔직한 심정이다. 넥센 히어로즈 마무리 손승락(28)이 구단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프로 입문 후 첫 타이틀 홀더가 된 데 대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첫 풀시즌 마무리가 구단 첫 타이틀 홀더의 영광까지 차지한 것이었다.
손승락은 26일 시즌 최종전이던 문학 SK전을 마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마지막을 잘 장식했다면 좋았을 뻔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손승락은 4-2로 앞선 8회 1사 만루에서 등판, 박정환에게 2루타를 맞아 동점을 내준 후 9회 이적생 최동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시즌 3패(2승 26세이브 1홀드)째를 기록했다. 3번째 블론세이브.

"평소보다 실투가 많았다"는 손승락은 "정환이형이 친 빗맞은 타구가 1루쪽으로 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단 창단 이후 첫 타이틀이라는 소리에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손승락은 올 시즌 53경기에 나가 26세이브를 기록했다. 두산 이용찬이 음주운전 파문에 따른 징계로 시즌 아웃되면서 운이 따랐다. 하지만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결코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시즌 최종전이던 26일 문학 SK전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긴 했으나 마무리 타이틀을 따내기에는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췄다는 평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타이틀이 생겨서 신기하다"며 "아직 실감하거나 와닿지는 않는다"고 겸손해 했다. 또 2008년 창단한 넥센 히어로즈 구단에서 처음 나온 타이틀이라는 말에 "정말 길이길이 역사에 남는 것 아닌가. 자부심이 생길 것 같다"면서 "세월이 많이 흘러 은퇴할 때면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흐뭇해 했다.
▲예상치 못한 마무리
손승락은 "전혀 욕심이 없었다. 그저 상황이 되면 마운드에 올랐고 앞만 보고 던졌다"고 리그 첫 풀타임 마무리로 뛴 2010시즌을 돌아봤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3월 27일 사직 롯데전에서 곧바로 세이브에 성공했다. 누가 봐도 마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손승락은 4월 한 달동안 9경기 등판에 그쳤다. 등판 간격이 길게는 1주일을 넘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손승락의 선발 기용설이 나돌았다.
이에 "5월이 돼서야 '아 내가 마무리구나'라고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는 손승락은 "그러면서 서서히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마무리가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희열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시절 느낀 '재미' 부활
손승락은 아마추어 시절 '지지 않는 불펜 선발 요원'이었다.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선발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릴 경우 경기를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투입시기는 1회라도 상관이 없었다. 프로와 성격은 다르지만 이미 마무리 기질을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주위에서도 마무리를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손승락은 선발로 뛰었다. 당시 조용준이라는 특급 클로저가 있었고 선발 한 자리가 비었기에 자연스럽게 선발로 나섰다.
손승락은 "1점차 때 나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1점을 주지 않으려고 화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던지는 나를 돌아볼 때 짜릿한 재미가 느껴졌다"면서 "아마추어 때 즐기면서 던지던 그 기분이 다시 느껴졌다. 마치 막내 동생이 일을 저지르고 나면 큰 형이 뒷일을 처리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책임감도 함께 느껴졌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뚜렷한 목표의식 가질 것
"타이틀이 가볍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마무리라면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욕심을 낼 것이다. 그런데 마무리가 처음이었던 나로서는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았고 어느 정도를 목표로 잡아야 하는지도 몰랐다"는 손승락이다. 이어 "경찰청에서도 선발로 뛰었다. 처음 해보는 마무리라 어떤 계획을 세우거나 욕심을 낼 엄두도 못냈다. 그저 시즌 중 잠깐 '20세이브 정도면 잘한 건가'하고 고민한 적이 있었던 정도였다. 잘하는 마무리에 대한 기준이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승락은 이번 타이틀이 두산 이용찬의 중도탈락 때문에 어부지리로 얻은 것 아닌가 하는 미안함도 가지고 있다. 별다른 경쟁다운 경쟁을 펼쳐보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함께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더 강력한 세이브 투수로 자리잡고 싶은 욕망도 함께 들었다.
"옛날 선동렬 감독님이나 구대성, 이상훈, 오승환 처럼 등판을 위해 몸만 풀어도 '경기가 끝났다'는 정도의 위압감을 주는 구위를 내가 가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면서 "이왕 마무리로 나선 만큼 그것이 마무리로서 지향해야 할 목표같다"고 다짐했다.
특히 김시진 감독이 내년에도 손승락을 마무리로 기용할 뜻을 내비친 데 대해 "일단 신인 시절부터 간직했던 선발 10승에 대한 꿈은 가슴 속에 묻어두겠다"면서 "내년 시즌 잘 준비하고 보완해서 더 이상 변명하지 않는 마무리가 되겠다. 분명한 목표의식으로 철저히 준비해서 업그레이드된 클로저로 돌아오겠다"고 오프시즌 동안 훈련에만 매진할 뜻을 밝혔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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