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도 3할 타자가 있는데'.
극적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목표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마침내 고지를 밟았다. 한화 내야수 정원석(33)이 불굴의 의지로 3할 타율을 정복했다. 정원석은 지난 26일 KIA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2타수 2안타 1볼넷으로 시즌 타율 3할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숱한 곡절을 이겨낸 값진 3할 타율. 시즌 전 누구도 그가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 타율을 기록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지 않았던가.
휘문고-동국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0년 계약금 1억 원을 받으며 두산에 입단한 정원석은 만년 유망주에 머물렀다. 1군의 벽을 넘지 못하며 2군에서 오랜 세월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간간이 기회를 받았으나 실력을 보여주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결국 지난해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시즌 후 방출의 칼날을 맞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학 시절 스승이었던 한대화 감독의 부름을 받고 독수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한 감독의 믿음 아래 정원석은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4월 한 때 리딩히터를 칠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다.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이 있었지만 타격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팀 공격을 주도한 데다 넉살 좋은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 노릇까지 해냈다. 6월부터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한동안 고전했지만 후반기부터 재정비하며 치고 올라왔다. 2할8푼대로 떨어졌던 타율을 야금야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8월 21경기에서 타율 3할8리로 분전한 정원석은 9월 10경기에서 17타수 8안타로, 4할7푼1리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생애 첫 100안타까지 돌파했다. "3할 타율을 의식하면 안 된다"면서도 조금씩 3할을 향해 전진했다. 최종전을 앞두고 타율 2할9푼6리를 마크한 정원석은 전날 4타수 1안타로 물러난 것에 대해 아쉬워 하면서도 눈빛만큼은 반짝였다. 첫 타석부터 양현종에게 2루타를 뽑아내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아예 홈런포를 작렬시키며 3할 타율에 턱걸이했다.
그러나 한대화 감독이 정원석의 3할 타율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걸림돌이 될 뻔했다. 경기가 한화 쪽으로 기울어지고 정원석 역시 3할에 도달했지만 세 번째 타석에 또 들어선 것이다. 자칫 3할선이 무너질 수 있는 위기. 정원석은 볼카운트 2-0로 몰리면서 압박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의지가 있었다. 무려 6차례나 파울을 때려낼 정도로 철저하게 커트를 해나가며 '승리의 볼넷'을 얻어 1루로 걸어나갔다. 다음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된 정원석은 데뷔 10년 만에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꿈의 3할 타율 달성에 성공했다.
정원석은 "개인적으로 올해가 풀타임 첫 해인데 3할을 쳐서 기분이 좋다. 풀타임으로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을 쳤다는 것이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할 타율이 걸려있던 마지막 타석에 대해서는 "정말 많이 떨렸다"며 특유의 넉살을 부렸다. 3할은 정원석 개인에게만 의미있는 게 아니다. 팀 타율 최하위(0.244)에 그친 한화 타선의 유일한 3할 타자로 남았다는 점에서 팀에게도 의미가 크다. '한화에도 3할 타자가 있는데'라고 노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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