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SK 감독은 지난 14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4승 3패로 이기겠다"고 선언했다. 또 상대 삼성의 예상 승수를 묻는 질문에 3개의 손가락을 펴보였다. 결국 7차전 승부라고 내다봤다.
김 감독은 카도쿠라를 15일 1차전부터 불펜에 대기시켰다. 짧게 보면 "아직 긴장감이 들지 않는다"며 여유를 보였던 김 감독이었지만 에이스 김광현을 선발로 내는 만큼 1차전은 무조건 잡는다는 초강수를 내보인 것이었다. 또 3차전 선발로 예정된 카도쿠라지만 잠시라도 마운드에 올려 상태를 점검하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었다. 최근 카도쿠라의 컨디션이 다소 기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카도쿠라의 불펜 대기는 7차전까지 가는 장기전 포석이라 해석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여러 번 "김광현과 카도쿠라 외에는 확실한 선발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곧 김광현과 카도쿠라가 등판할 수 있는 4경기를 잡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1차전 승리로 카도쿠라를 2차전에 곧장 선발로 투입, 연승을 노려볼만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를 미뤘다. 상대 선발진을 고려한 때문이다. 내줄 것은 내줄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말해 이날 SK 천적이라 불리는 차우찬을 선발로 낸 삼성을 잡게 되면 SK는 생각지 않은 1승을 더 얻게 되는 것이다. 3차전 선발로 예정된 카도쿠라에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을 수 있게 된다. 7차전까지 갈 것으로 여유있게 봤던 승부가 앞당겨 끝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른 의미에서 카도쿠라의 불펜 대기는 타선 때문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가 다가오면서 김 감독은 타선에 대해 "실전감각이 문제"라는 진단을 내렸다. 특히 '한국시리즈 직전에는 몇점을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많은 점수가 나면 우리가 진다. 그만한 득점력이 없다"면서 "투수와 수비로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곧 타선에 대한 믿음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카도쿠라까지 동원해 마운드로 버틸 수 있는 대비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우에 그쳤다. SK 타선은 15일 폭발했다. 박정권의 투런아치 포함 11안타가 집중돼서 터진 것이다. 김 감독도 경기 후 "아쉬운 점은 크게 없다. 대체적으로 잘됐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타선에도 조금씩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카도쿠라도 15일 불펜에 있었지만 몸은 풀지 않았다. 따라서 2차전에도 불펜에서 대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곧 찬스라 여길 경우 여차하면 카도쿠라를 투입할 수도 있고 아니라 하더라도 테스트 형식의 등판이 있을 수도 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지난 3년과는 달리 이번 한국시리즈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래서 1차전부터 올인했다"고 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수차례 흐름이 오가는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를 끝내겠다는 의지였다. 일단 모든 면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이며 1차전을 잡은 김 감독이다. 그런 만큼 7차전까지 내다보는 포석을 유지할 지 궁금하다. 16일 2차전까지 잡을 경우 카도쿠라가 나가는 3차전은 SK에게 좀더 심적인 여유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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