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모비스의 리빌딩 희망 '찬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2.20 07: 41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으나 올 시즌에는 졸지에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던스톤은 NBA를 향해 모비스를 제 발로 떠났고, 김효범도 FA가 되어 서울 SK로 옮겼다. 함지훈은 상무 유니폼을 입었다. 김동우마저 부상으로 개점 휴업이다. 그러는 사이 유 감독과 간판스타 양동근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으로 팀을 오랫동안 떠나 있었다.

 
유 감독은 "아시안게임 차출 기간 동안 TV로 경기를 보면서 올 시즌은 틀렸구나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20일 현재 모비스는 4승16패로 리그 최하위다. 지금껏 디펜딩 챔피언이 최하위로 추락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용병 농사 실패
올 시즌 모비스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순식간에 최하위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외국인선수 농사였다. 경력자 마이카 브랜드, 신출내기 로렌스 액페리건을 뽑았지만 브랜드가 값을 못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액페리건은 중심선수가 되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유 감독은 "외국인선수 싸움에서 너무 밀린다. 우리 국내선수들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 아닌데 가운데 확실한 중심이 없어 결국 공수에서 모두 밀린다. 가운데에서 못 버티니까 잘 쫓아가다가도 한 순간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1명 출전으로 줄어도 여전히 한국농구에서는 외국인선수 영향력이 크다"고 인정했다.
액페리건은 포워드형 외국인선수로 확실하게 골밑을 지키기에는 다소 모자란다. 골밑 몸 싸움을 기피한 브랜드를 켄트렐 그렌스베리로 교체했지만, 대체 외국인선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유 감독은 외국인선수들도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유 감독은 두 외국인선수에게 "너희들은 테렌스 레더나 제스퍼 존슨처럼 더 이상 기량이 늘 게 없는 선수들이 아니다. 지금보다 기량이 더 늘 수 있다. 배우겠다는 마음을 가져라"고 독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유투까지 세세하게 가르친다. 유 감독은 "처음에는 슛이 많이 불규칙적이었는데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며 웃음 아닌 웃음을 지었다.
▲ 리빌딩의 시기
사실 유 감독에게 올 시즌 같은 경험은 낯설지 않다. 이미 지난 2007~2008시즌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2006~2007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유 감독이었지만, 이듬해 양동근·김동우의 군입대와 외국인선수 교체로 우승 공신들이 빠져나가며 9위 추락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결코 쓴 경험이 아니었다. 이 시기에 모비스는 함지훈과 김효범이 급성장했고 이들은 2년 후 통합 우승의 주역이 됐다. 유 감독은 "3년 전에도 그랬다. 팀은 힘들었지만 그때 함지훈과 김효범이 많이 뛰면서 성장했다. 올 시즌도 리빌딩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젊은 선수들을 많이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시즌 모비스는 노경석과 송창용이 새로운 전력으로 떠올랐다. "두 선수 모두 다른 팀이라면 벤치에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서 많이 뛰고 있으니 축복받은 것이다. 경기를 많이 뛰다 보면 모자란 부분도 조금씩 채워나가지 않겠나"라는 것이 유 감독의 기대다.
 
이처럼 유 감독이 리빌딩을 작정할 수 있는 건 구단의 든든한 신임 덕분이다. 유 감독은 "사실 연패를 계속 하고 팀 성적이 크게 떨어져 구단이나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든다. 하지만 구단에서도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구단주께서도 '힘들어도 참고 견뎌보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구단의 전폭적인 신뢰와 믿음. 강팀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 다시 찾아올 영광
모비스를 이끄는 '리더' 양동근도 같은 생각이다. 데뷔 첫 해 7위가 최저 성적이었던 양동근으로서는 최하위로 추락한 팀 성적이 어색할 법도 하다. 그러나 양동근은 긍정적이었다. 팀의 고참이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하상윤 김동우 박종천 다음으로 나이 많은 선수가 됐다.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있다. "
 
내가 군대에 간 후 함지훈과 김효범이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지금 어려움을 이겨내면 언젠가 영광의 날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상처만 안 받으면 된다.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 양동근의 말이다.
양동근은 "박종천 선배나 우승연과 김현중처럼 우리 팀에서 출장시간이 많아지면서 농구 실력이 향상된 선수들이 많다. 정말 재미있게 농구했다. 지금 선수들도 위축되지 않고 본인들의 발전을 위해 항상 긍정적으로 파이팅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그는 후배들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한다.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고개 숙이는 후배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토닥인다. 멀리 있을 때에는 큰 목소리로 불러 박수를 쳐준다.
 
양동근은 "나도 턴오버를 범하면 동료들 보기가 미안한데 후배들은 오죽하겠나. 농구가 잘 안 되더라도 우리 선수들에게 기를 북돋아주고 싶다. 절대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감을 잃는 순간 리빌딩도 무소용이다.
 
그런 모비스에서 양동근은 무엇보다도 든든한 존재이며 명문재건의 절대적인 중심 축이다. 유재학 감독도 "(양)동근이가 혼자서 많이 힘들 것"이라며 걱정하면서도 누구보다 그를 믿는 눈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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