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한국영화와는 정녕 악연일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12.20 07: 45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세계가 인정한 충무로 영화감독들 가운데 유독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못하는 이가 바로 김기덕이다. 주류 자본의 관심권에서 밀려났고 대다수 관객들도 그의 영화를 외면했다.
그런 그가 제작 일선에 나섰던 '영화는 영화다'의 상업적 흥행으로 모처럼 웃나 싶더니 최근 '동료들의 배신으로 폐인 됐다'는 주장이 한 측근의 입을 빌어 나돌고 있다. 이같은 '김기덕 폐인설'은 아직 아무런 내용도 확인된 게 없다. 그리고 영화 정산 때마다 갖가지 구설수가 흘러나오고 이해관계자들의 셈이 엇갈리는 게 충무로인만큼, 익명으로 위장한 일방적 '카더라' 통신은 별로 믿을 게 못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더 이상 영화를 안찍겠다"고 선언했던 김기덕 감독이 이번에는 '폐인설'의 당사자로 또다시 부각된다는 사실은 한국영화계 비주류의 외로운 명장이 자신의 고국땅에서 두 번 죽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가을, 한국영화의 이단아로 불리는 김 감독은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제작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처음으로 흥행 대박을 기록했다. '나쁜 남자'(전국 80만명) 이후 세계 유수의 영화제 수상에도 불구하고 편당 수 만명 관객 모으기도 힘들었던 그로서는 한국영화계와 다시 끈을 이을수 있는 계기였다.
소지섭 강지환 주연의 이 액션 영화는 그 해 추석 연휴에만 3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불러모었다. 제작비 15억원 안팎의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를 보는 재미와 짜임새는 웬만한 블록버스터를 능가했다.
'영화는 영화다'가 나오기 전, 김 감독은 지난 2006년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한국관객 수준' 발언으로 돌출 행동을 한 후 국내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가뜩이나 상업성과 거리가 멀었던 그의 영화들은 제작비 조달에 더 어려움을 겪었고 출연진 개런티를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로 버텼다.
예술영화나 작가주의 작품들은 한국 영화계에 설 자리가 없는 현실이다. 김 감독은 이 벽을 깨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현실의 장벽은 두터웠다. 배급사와 극장주들은 관객이 들 것같지 않은 영화에 스크린을 내주지 않는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돈을 버는 게 지상 과제인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관객을 떠나서는 살수없는 게 역시 영화다. 상업과 문화의 경계선에 위치한 것이다. 김 감독도 이같은 아이러니를 잘 알고 있다. 당시 논란 때 “‘시간’이 20만을 넘어준다면 내 생각(한국에서는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미련을 보인 것도 그래서다.
김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 작업하는데 일가견을 갖고 있다. 충무로가 코스닥 시장 등에서의 '묻지마 투자'로 거품에 빠져있을 때조차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의 30%에도 못미치는 예산으로 작품을 찍었다. 지금 투자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충무로가 가장 필요로하는 게 바로 그의 노하우다.
김 감독은 국내외 스타들에게서 탄탄한 지지를 받는다는 잇점도 갖고 있다. 그의 영화에는 장동건 조재현 이승연 하정우 소지섭 이나영 오다기리 죠 등 숱한 스타들이 출연했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이 출연을 바라고 있다. 그만큼 배우들의 그를 향한 경외감이 강하다. 출연료도 헐값으로 응하는 게 보통이고 소지섭의 경우 아예 자신의 출연료를 영화에 재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김 감독이 자신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영화들의 연달은 흥행 성공 이후 폐인이 되다시피했다는 일부 증언은 아이러니다. 새삼 그와 한국영화와의 악연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엔터테인먼트 팀장]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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