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42)이 왜 최고인지 알 것 같았다. 3년차 햇병아리 기자를 앞에 둔 22년차 톱배우는 거만할 법도 했지만, 그는 한없이 진중했고, 편안했다. 자신의 연기를 시작으로 영화인생, 후배 연기자에 대해서도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카리스마가 없다’고 말하는 김윤석. 그러나 편안함 속에서도 카리스마는 어김없이 존재했다. 2008년 히트한 영화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하정우와 2년 만에 의기투합한 작품 ‘황해’를 통해 연변의 지독한 살인청부업자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촬영 기간만 300여일. 크랭크인 한 날으로부터 촬영과 후반작업을 거쳐 일년 만에 개봉하게 된 영화 ‘황해’. 연변을 시작으로 중국을 거쳐 대한민국 곳곳을 누볐던 만큼 고생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터. 보통 한편의 영화를 세 달 남짓 찍는 것과 달리 일 년을 쏟아부었던 만큼 그 고생의 강도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힘들었겠다”는 말을 건네자 김윤석은 “영화를 끝내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더했어야 하는데...’하는 마음이 남는다. 지독하죠?”라고 되물었다. 정말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면 할 만큼 했을텐데 아쉽다니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지독하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지독하기 때문에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저걸 대체 어떻게 찍었을까하는 데 그것들을 모아 모아 만들었으니 말이다”고 부연했다.

김윤석은 ‘황해’에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청부살인 브로커 ‘면가’ 역을 맡았다. 구남(하정우)에게 접근해 빚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살인을 지시하지만 일이 잘못되자 면가 자신이 구남을 쫓게 된다.
‘면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인물이다. 살인을 놀이터에서 벌레 한 마리 잡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청부업 역시 그저 돈벌이 수단일 뿐 어떤 가책이나 죄책감이 없다. 그러나 김윤석은 면가를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도 카리스마 보다는 평범한 아저씨라고 덧붙였다.
“보통 악역을 악역으로 접근하는 어리적은 짓은 안하다. 영화 말고 현실에서도 보면 남들에게 파렴치한 악당은 분명 있다. 근데 가장 무서운 것은 본인은 악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면가 역시 악인으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이북을 넘나드는 그 황폐한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을 위해 그 일을 선택한 사람이다. 무시무시한 사람일수 있지만, 단순하고 간단하다.”
‘황해’는 500만 관객을 동원한 ‘추격자’ 팀의 재회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추격자’는 실제 있었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로 스릴러 장르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런 만큼 ‘추격자’ 팀의 ‘황해’가 더욱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을 터.
김윤석은 ‘황해’와 ‘추격자’의 가장 큰 차이는 “스케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추격자’는 한 사회의 이야기를 압축해서 한 동네로 표현을 했다면, ‘황해’는 말 그대로 로드무비다. 방방곡곡 중국 연변에서 부터 대련, 인천, 보은, 부산, 울산, 서울까지 휩쓰는 영화다. 스케일 면에서 비교가 안될 것이고, 가장 다른 것은 스케일이 크다보니 드라마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해’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잃어버린 부인을 찾아 한국에 온 연변남자이야기다. 거기에는 돈이 만들어주는 가족 간의 이별, 배신, 의심, 개인의 삶에 대한 목표, 좌절, 허무 등의 감정이 다 들어있다. ‘추격자’보다 그런 드라마적 부분이 더 깊이 들어가 있다. 만약 ‘추격자’의 장르적인 쾌락을 기대한다면 그것에 5배 이상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김윤석은 ‘황해’를 선택하면서 그 어떤 것보다 감독 나홍진을 믿었다. 심지어 영화 시나리오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홍진 감독이 ‘이번에는 연변이야기를 할까한다’는 말에 단번에 오케이를 했을 정도니 말이다.
나홍진 감독에 대해 김윤석은 “비범하다”고 했다. “굉장히 평범한, 우리사회에 일상적으로 스쳐지나가는 평범한 이야기를 비범하게 만드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그것들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실제 있을 법한, 있는 이야기를 날카롭게 그린다. 셀제로 요즘 가게에 10명 중 한 명은 조선족아닌가. 나홍진 감독에게 이야기를 듣자마자 정우랑 나랑 좋다고 하겠다고 했다.”
김윤석은 하정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황해’에서 스스로 조연이고 하정우가 주연이라고 거침없이 설명한 김윤석은 “(하)정우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수치로 따지면 30배는 더 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구남을 따라가는 영화고, 나는 조연일 뿐이다”고 말했다.
‘추격자’를 끝내고 대종상, 대한민국, 청룡영화상을 비롯 2008년 열린 거의 대부분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김윤석은 이번에는 하정우에게 아낌없이 양보하겠노라고 했다. “하정우가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이제 정말 힘을 가진 배우가 됐고, 이번 영화에서 그것에 충분히 드러났다”고 말하는 김윤석의 눈은 진심이었다.
bongjy@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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