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준 트레이드 보는 세 가지 시선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12.21 14: 03

넥센과 롯데가 실시한 트레이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다.
20일 넥센은 롯데에게 투수 고원준(20)을 보냈고 롯데는 그 대가로 투수 이정훈(33)과 외야수 박정준(26)을 넥센에 줬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투수 코치로 부산에서 훈련했던 지난 10월 양승호 롯데 감독과 만나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후 양 감독과 최종적으로 카드를 맞춘 후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김시진 넥센 감독의 말처럼 전력보강용으로 볼 수 있다.

또 김 감독은 "내년 구상에 손승락의 선발 전환이 있었고 롯데 이정훈이 마무리로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넥센 측은 "손승락이 선발로 가세할 경우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를 비롯해 김성현, 김성태, 김영민 등 선발 요원이 풍부해진다"고 덧붙여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이번 트레이드에 대한 전체적인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왜 고원준인가
고원준은 넥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유망주로 꼽혔다. 올 시즌 30경기에서 5승 7패 4.12의 평균자책점으로 평범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첫 풀타임 선발에도 불구하고 22번의 선발 중 10번을 퀄리티스타트로 장식했다. 내년 나이가 21살에 불과하다는 점은 더욱 고원준의 가능성이 밝았다.
그런 고원준을 보내고 받은 투수가 베테랑 이정훈이다. 김 감독은 이정훈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내년 시즌 손승락을 나이트와 함께 원투펀치로 기용할 계획을 구상한 끝에 마무리가 필요했고 고민 끝에 이정훈을 유력 후보로 올린 것이다. 이정훈은 올해 43경기에 출장했지만 3승 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85로 부진했다. 통산 14세이브를 거둬 마무리 능력은 있지만 풀타임 마무리를 소화한 적은 없다. 게다가 올 시즌 후 무릎 수술을 받았다. 내년 시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 외야 자원이 풍분한 넥센이라는 점에서 외야수 박정준의 영입이 백업의 보강이라는 설명은 궁색하다. 외국인 타자 알드리지가 있고 장기영, 유한준, 송지만 등 외야 자원이 넘쳐난다. 정수성, 오윤, 조재호, 강병식 등 백업들도 풍부하다. 결국 넥센 코칭스태프가 "앞으로 10년 이상 마운드 넥센을 지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 고원준을 주고 받은 대가치고는 이정훈과 박정준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황재균에 이어 고원준의 트레이드는 유망주까지 언제든 내줄 수 있는 트레이드 시장의 개막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이기도 하다. 손승락과 강정호에 굳이 시선을 고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금은 없었나
넥센은 지금까지 모두 6차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앞선 4차례(이택근, 장원삼, 이현승, 마일영) 트레이드에서 모두 현금을 받아 챙겼다.
넥센은 스폰서로 불리는 자금줄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운영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재산을 팔아야 하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녔다. 모기업이 있는 다른 구단과는 분명 차별화 되는 구조다. 장점이자 단점. 이는 곧 넥센이 현금 트레이드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결국 넥센에게 올 연말까지 현금 트레이드를 금지시켰다. 그렇지만 넥센은 시즌 중 황재균을 롯데로 보내고 김민성과 김수화를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연히 현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에 다시 롯데와 고원준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성사키셨다. 역시 현금은 없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고 있다. 우선 야구계가 바라보고 있는 황재균의 가치를 유독 넥센만 낮게 본 것인지 아니면 김민성과 김수화의 잠재능력을 높게 본 것인지 헷갈린다. 전자가 맞다면 넥센이 선수를 보는 눈에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다. 후자가 맞다면 잠재가치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넥센이 고원준을 왜 내보냈는가 하는 것이다.
현금 없는 트레이드에 의심의 눈초리가 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고원준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한 넥센 관계자는 "고원준이 보여준 능력은 올해가 최선이다. 더 이상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단정짓기도 했다. 그렇다면 넥센 스스로 고원준의 평가를 하향 조정해 트레이드를 추진했다는 뜻이다. 당연히 더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박 FA는 더 이상 없다
사실상 넥센발 트레이드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언제든 조건만 맞으면 넥센과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이는 곧 굳이 비싼 값을 치르면서 FA 선수를 데려올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7개 구단 입장에서는 S급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선수 연봉의 300%와 보상 선수, 450%의 돈을 쓰는 출혈을 해가면서까지 FA를 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선수도 손해다.
더 가망있고 오래 선수로 쓸 수 있는 유망주를 데려올 수도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FA에 쏟는 관심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모두 'FA 시장' 대신 '넥센 시장'에 눈을 돌릴 것이 분명하다. 현금이 없다고 발표만 하면 되고 넥센은 끊임없이 유망주들을 키워낼 것이기 때문이다.
넥센도 재정난을 언제든 트레이드로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큰 루트가 생긴 셈이다.
넥센 트레이드의 순기능도 있다. FA 제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 수 있다. 또 현금이 포함됐는지 조사할 수 있는 규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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