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지난해 마지막 날 고현정 어록이 추가됐다. "감사하다. 다들 나만큼 기쁘리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나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나왔다"고 했다.
군사정권 시절,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리는 절대권력 대통령의 마치 훈계하는 듯한 연두교시가 부활한 걸까. 아니면 3대 세습에 들어가는 북한 정권의 위대하신 위원장 동지 말씀이 이럴까. 어찌됐건 모든 시청자가 고현정의 대상 수상에 온 몸을 떨며 기뻐했다. "수령님 만세"다.
배우로서 고현정은 최근 수 년동안 많은 걸 이뤘다. '선덕여왕'의 카리스마 권력자 미실 역으로 2009년 MBC 연기대상을 거머쥐었고 올해 '대물'의 첫 여성 대통령 서혜림을 통해 SBS에서도 연기대상을 차지했다. 연기도 잘했지만 미실, 서혜림의 배역들이 요즘 그의 모습과 딱 들어맞는다. 적재적소 캐스팅이란 바로 이런 걸 말함이다.

영화로는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에서 실명 그대로의 고현정을 연기했다. 까칠하고 도도한 톱스타 역할에 이게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실감났다. TV 속 배역들과 별로 다를 바 없었고 역시 호평이 쏟아졌다. "역시 고현정"이란 찬사의 메들리다.
분명한 사실은 결혼 전후의 연기자 고현정이 확실히 구분된다는 점이다. '모래시계'로 대표되는 결혼 전 고현정은 청순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이혼 후 복귀한 그는 매사에 저돌적이고 독선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훈계인가 솔직함인가' 논란을 부른 SBS 연기대상 수상 발언에서 아무래도 전자 쪽에 의심의 눈길이 가는 배경이다.
"우리가 드라마를 할 때 그 과정이 참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한다. 시청률 갖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달라.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는 그 순간 진심을 갖고 한다. 대본이 어떻든 뭐가 어떻든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해서 한다. 내가 시상식 안나오는 애로 유명해서 미움을 받는데 그 이유가 다 있다. 이렇게 나오는 자리라면 나오지 말라고 해도 나온다"고도 했다.
모든 TV 프로의 시청률은 시청자 반응의 척도로 꼽힌다. 영화의 관객수와 마찬가지다. 군더더기를 넣고 뺄수없는 객관적 평가의 한 도구다. 물론 수작이고 명연기를 펼쳤음에도 시청률 안나오고 관객 적은 드라마, 영화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런 경우에도 '명품'을 알아본 열혈 팬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어서 나름대로 제작진과 배우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기 마련이다.
고현정은 드라마 회당 수 백만원, 수 천만원을 받는 프로 중의 프로 연기자다. 그런 그가 "시청률 갖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배우가 연기할 때는 진심"이라고 수상 소감을 말한 것은 철부지 투정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한 네티즌은 댓글로 이렇게 지적했다. "방송에서 시청률은 최종의 결과물입니다. 시청률 낮은걸 애써 무시하거나 합리화하려 해선 안되죠. 또 배우가 진정 작품만을 중요시한다면 왜 나서서 시청률에 연연합니까?"
연기 잘하고 겸손하면서도 뒤편으로 봉사에 앞장서는 명배우들이 수두룩하다. 당장 고현정의 대선배인 김혜자가 그렇다. 김혜자가 시청자를 상대로 가타부타 따진 적이 있던가. 언제나 공손히 고개 숙인 모습만이 머리에 떠오른건 왜일까.
더군다나 고현정은 국내 최대 재벌가에 들어갔다가 다시 연예계로 복귀했다. 그의 당당한 자신감이 솔직함보다는 시청자들에게 강압적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짙어질수 있는 불편한 배경이다. 이는 시청자와 관객, 연예계 동료들을 대함에 있어 더 자신을 숙여야할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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