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조선족 향한 밑바닥 관심 일깨웠다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1.01.07 07: 42

나홍진 감독이 영화 ‘황해’로 평단과 관객들의 심판을 받고 있다. ‘추격자’보다 더 완성도가 높지만 지루해졌다는 일반 관객들의 평가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미장센에 있어서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수작이라는 평가다. 이런저런 평가들이야 다들 개인의 잣대로 저울질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나홍진 감독의 영화 ‘황해’를 다시 들여다 봐야하는 지점이 있다면 그가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은 옆에 가까이 버젓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애써 잊고 지내고 싶었던 조선족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의 화두로 잡아냈다는 것이다. 
극중에서 조선족 구남으로 나오는 하정우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한국으로 넘어온다. 빚더미에서 벗어나려는 1차적인 목적도 있지만 더 깊숙이는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난 자신의 아내를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조선족 아내는 한국으로 떠나 생사를 가늠할 수 없고, 주위에서는 그녀가 분명 한국에서 남편 잘 만나 그를 잊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구남에게 무조건 잊으라, 하는 것이다. 분명 많은 조선족 여성들이 한국으로 와서 일을 하고, 여기서 뭇 한국남성들의 유혹과 돈의 유혹에 넘어가서 주저앉게 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단 그런 사회적으로 현실적인 부분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영화를 지켜본다. 아내를 보기 위해 한국에 왔던 구남은 죽이기로 했던 그 남자를 죽이지 못하고 살해당하는 현장에서 목격자가 된다. 그리고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쫓기며 살인자로 몰리게 된다. 
결국 그는 의뢰한 한국인들에게 이용만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한국을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동지라고 생각했던 조선족에게마저 잡혀서 죽게 생겼다. 절체절명의 위기. 그는 왜 쫓겨야 하고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른다. 다만 필요에 의해서 다 써먹어졌고,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만 온몸으로 느낄 뿐이다. 
마지막 가까스로 배를 타고 연변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지만 끝내 온몸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아내의 유골함이라고 믿었던 함을 옆에 끼고 그렇게 구남은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이를 본 배의 선장 할아버지는 뒤탈이 귀찮아 구남의 시신을 새벽녘에 바다에 던져버리고, 그렇게도 구남이 찾으려고 했던 아내의 유골함도 바닷속에 풍덩, 처량히 던져진다. 
나홍진 감독은 끔찍하게도 조선족 구남의 목숨을 살려주지 않았고 그를 영화 속에서라도 살려줘서 조선족에 대한 조금의 부채감이라도 털어버리려고 했던 관객들은 그의 죽음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더 큰 마음의 부담감을 안은 채 극장을 떠나게 된다. 
 
감독은 왜 마지막까지 구남을 살려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모두가 내팽개쳐야 관객이 더 알아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게까지 버림받은 주인공을...그래야 관객이 좀더 생각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영리한 나홍진 감독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관객들은 이제 더 큰 마음의 부채감을 안은 채 구남을 넘어서서 조선족, 연변에 살고 있을 이들, 한국으로 넘어온 이들에 대해 이전과는 분명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 
나홍진 감독은 자신의 연출의 재능으로 영화 ‘황해’에서 조선족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그려냈다. 잔혹한 방법으로 주인공들을 처절하게 죽이고 관객들에게 눈뜨고는 보지 못할 잔혹함을 선사했지만 그러함으로 마지막에 구남의 죽음에 다들 명치 끝이 저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나 감독에게 물었다. 그가 가진 연출의 재능으로 이제 어떤 부분을 다시 재조명하고 바라볼 것이냐고. “일단 고민을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영화를 만들어내도 어떤 해방감이나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여전히 저는 ‘황해’를 계속 보고 있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황해’를 계속 떠올릴 것 같아요. 다음에 어떤 것을 할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 같아요.” 
나홍진 감독이 그의 카메라를 다시 어디로 향하게 할지 궁금해진다.
crystal@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