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가지 사랑의 마법- 연극 ‘올모스트, 메인’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1.07 15: 48

교감의 순간 달라진 삶
커플 8쌍 코믹 스케치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올모스트, 메인.’ 미국 동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메인 주, 거기서도 북쪽의 세 마을을 뒤섞은 가공의 마을이다. 지번 정리가 끝나지 않아 ‘거의’ 메인 주에 편입된 지역이다. 그래서 ‘올모스트’(almost)다. 춥고 긴 겨울이 특징이다. 무섭게 눈이 내린다. 그리고 황량하고 적막하다. 하늘은 넓디 넓고 땅은 끝없고 끝없다. 동편에는 감자농장이 북편에는 광대한 숲이 있다. 그 마을 사람들은 오로라를 본다. 태양폭풍에서 떨어져나온 전자들이 지구 하늘에 잠시 머문다는 오로라. 자, 그림이 잘 그려졌는가. 그렇다면 이젠 그곳에서 벌어진 8가지 사랑이야기를 만날 차례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3일 만에 오로라를 타고 하늘로 떠난다고 해요. 그때 마지막 작별을 할 수 있어요.” 돌처럼 굳어져 산산조각났다는 자신의 인공심장을 종이봉지에 넣고 다니는 여자는 죽은 남편과의 인사를 나누기 위해 북쪽 마을까지 왔다. 그리고 뭐든 고칠 수 있다는 남자를 만나 심장봉지를 그에게 맡긴다.
“통증을 느낄 수 없어요. 선천적 무통각증이래요.” 공동 세탁실에서 빨래를 하던 여자는 아래층 남자를 다리미판으로 가격하는 실수를 한다. ‘무서운 것’과 ‘아픈 것’의 리스트를 품고 다니며 몸으로 느낄 통증을 머리로 암기하던 남자는 여자 덕분에 고통을 깨닫게 된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 메인 주에 거의 편입되어가는 중인 가공의 마을에서 펼쳐진 사랑이야기를 전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 8개의 짤막한 에피소드를 넣어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했다. 한겨울 쨍하게 차가운 금요일 밤 9시 즈음에 일어난 일들이다.
모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묶일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평범’과 ‘예측할 수 없는’이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남녀들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삶의 변화에 맞닥뜨린다. 절친한 남자 동성 친구들이 그날 있은 최악의 데이트를 털어놓다가 갑자기 서로에 대한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결혼에 관심없던 남자친구에게 그동안 주고받은 사랑을 돌려달라고 떼를 쓰던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남자가 내미는 반지에 당황하기도 하다. 
스케치하듯 묘사된 정감이 흐르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코믹하게 전개되며 스치듯 지난다. 2004년 미국 프틀랜드에서 초연했다. 국내에선 2007년 ‘그때, 별이 쏟아지다’란 제목으로 첫선을 뵈었다. 원작 그대로 무대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극 ‘비언소’ ‘늙은 도둑 이야기’ 등 사회의 비합리적 처사에 거친 항의를 퍼붓던 극단 차이무가 모처럼 내놓은 젊은 사랑에 관한 소묘다. 예술감독 이상우가 연출했고, 서동갑·전혜진·박상우 등 8명의 배우들이 1인다역을 소화하며 진한 앙상블을 이룬다.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차이무극장에서 30일까지 볼 수 있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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