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들 중에서 자신의 보직을 바꾼 선수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 전환은 대부분 프로에 오기 전 아마추어 때 가능한 일. 프로에서는 자신의 포지션에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소리없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런 편견을 깨고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환에 성공한 선수가 있다. 그것도 어린 선수가 아닌 프로 5년 차의 선수가 말이다. 바로 심우연(26, 전북 현대)의 이야기다.
2009년까지 FC 서울에서 뛰었던 심우연의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였다. 196cm의 장신은 어느 팀에서나 매력적인 옵션이었다. 2006년 9경기에 출전해 2골을 넣었던 심우연은 이듬해 15경기서 2골을 넣으며 기량을 키우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단 2경기에 출전한 심우연은 2010년 전북으로 트레이드 됐다.

전북에서도 '공격수' 심우연이 뛸 자리는 없었다. 이미 리그 최고의 공격수 이동국이 있었다. 스타일도 비슷했기 때문에 조커 역할이 심우연에게 부여됐다. 그리고 친정팀 서울과 경기서 결승골을 넣기는 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그러나 출전의 기회가 왔다. 그런데 최전방에는 심우연이 없었다. 심우연은 각 팀의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중앙 수비수 자리에 있었다. 지난해 7월 전북의 중앙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궁여지책으로 장신의 심우연을 투입하게 된 것.
그렇지만 예상과 달리 대성공적이었다. 심우연은 최강희 전북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주전 중앙 수비수로서 자리 잡았다. 또한 후반기에만 뛰었음에도 K리그 베스트 11에 7차례나 올랐다. 이는 중앙 수비수 중 최다.
그렇다면 심우연은 지난 시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6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전북 구단 숙소에서 만난 심우연은 "지난해는 선수 생활에서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공격에서도 기회가 많이 왔고, 수비수로서도 기회가 많았다"며 뜻깊은 한 해였다고 밝혔다.
이어 "공격수로서는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면 수비를 하다 보니 수비수로서 매력도 느꼈고 수비수로서 심우연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수비를 하니 하루 하루가 새롭고 즐겁다. 어렸을 때 축구를 처음 배울 때의 그 느낌으로 운동을 기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에 와서 처음 해본 수비. 그러나 심우연은 빠르게 적응했다. 이에 대해 심우연은 수비수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이 팀 동료 때문이라고 했다. "(김)상식이 형이 노하우를 많이 전수해줬고, 나중에 (임)유환이 형과 방을 같이 쓰면서 많은 도움 받았다. (손)승준이 형도 많은 도움을 줬다"면서 "수비를 보는 많은 선수들이 조언을 해줬다. 조언을 해주면 난 단지 거기에 맞게끔 뛰면 되니 편안했다"고 덧붙였다.
심우연은 "지난 시즌이 수비수로 전환을 한 터닝 포인트였다면 이번 시즌은 축구 인생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고 밝히며 "이번 시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시즌에 대한 굳은 각오를 다졌다.
그래서일까? 심우연은 개인 휴가 중임에도 구단에 조기 합류해 2군 선수들과 같이 훈련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에서는 어렸을 때라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었고, 처음에는 팀에서 선발로도 뛰고, 청소년 대표팀에도 나가고,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뛰고 해서 많이 자만했다. 그래서인지 훈련도 개인 훈련을 한 기억이 없다. 그렇지만 전북에 와서는 최강희 감독님을 만나고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며 "이제는 밥만 먹어도 웨이트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은퇴와 같은 현실적인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한다. "전북에 와서 많이 배우다 보니 은퇴 시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은퇴까지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은퇴가 현실로 닥쳐왔다"고 하면서 "그런데 감독님이 공격수로서 심우연은 은퇴가 28살이지만 수비수로서 심우연은 35살까지 보장이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공격수보다는 생명이 길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내 노력 여부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심우연은 이번 시즌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지난 시즌보다 수비가 좋아져야 한다. 작년에는 처음 수비를 보는 거라 실수를 해도 이해해주셨다. 그렇지만 올해는 실수가 용남이 안된다. 동계훈련을 열심히 해서 작년과 다른 수비수로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심우연은 "이번 시즌에는 부상없이 매경기 출전 명단에 오르고, 주축 선수로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또한 어이없이 경고나 퇴장을 당하지 않는 것이 목표다"면서 수비수 심우연으로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심우연의 스승 최강희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갈 선수로 심우연을 거침없이 추천한다. 단순한 제자 사랑 때문이 아니라, 심우연이 지난 시즌에 수비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 또한 3년이라는 시간이면 심우연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혹자들은 말한다. "심우연은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의 성장은 힘들다"고. 이를 반박이라도 하듯 지난 시즌 심우연은 짧은 시간에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 심우연에 대해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심우연은 자신의 진가를 알리기 위해 이번 시즌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과연 심우연이 지난 1988년 만 29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스승 최강희 감독처럼 늦깎이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을지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