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토털 야구', 김경문 감독의 바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1.14 07: 25

중심 타자도 필요한 순간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선보이고 선발 투수가 흔들린다 싶으면 롱릴리프가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는다. 계약 마지막해 대권 도전에 나서는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2011시즌 내세울 기초 전략 중 하나다.
 
16일 벳푸-미야자키 전지훈련 출발을 앞두고 잠실구장서 선수들의 합동훈련을 지켜보며 출국을 기다리는 김 감독은 "이제는 선수 개개인의 기록보다 팀이 이기는 쪽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라고 밝혔다. 어떤 뜻일까.

 
"캠프가 끝나면 선발 투수들의 면면이 정해지겠지만 승리 요건 이상을 갖춰주기 위해 투수가 흔들려도 5회 이상 버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계투진을 두껍게 해 팀이 이기는 쪽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용하고자 한다".
 
지난 2년 간 팀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채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기존 주전 선수들의 자리를 위협하고도 남는 신예들이나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을 발굴한 2시즌이었으나 팀 성적은 목표치에 어긋났다.
 
결과적으로 감독은 자신이 바라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또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전지훈련 출발 직전까지 비시즌 연봉 협상에 매달렸고 또 아직 줄다리기를 진행 중이다.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루지 못한 씁쓸한 한 단면. 김 감독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는 만큼 "목표는 우승"이라는 말을 먼저 내세우기보다 "앞으로 이기는 데 더욱 집중하겠다"라고 밝힌 것.
 
선발 투수의 당일 컨디션이 안 좋아 흔들릴 경우 계투 조기 투입 전략도 꺼내든다는 김 감독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렇다면 롱릴리프진을 확충하는 것이 이번 전지훈련의 요점 중 하나인가'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 계투진을 두껍게 할 예정이다. 선발 후보인 김성배를 비롯해 김강률, 조승수, 좌완 정대현, 김창훈 등 상대적으로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의 기량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6선발 체제가 이상적일 수도 있겠지만 가능한 팀이 가장 잘 운용될 수 있는 전략을 채택하겠다".
 
얼핏 지난 4년 간 세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거머쥔 SK의 투수진 운용과도 비슷해 보인다. SK 김성근 감독 또한 선발 투수가 흔들릴 경우 주저없이 계투 카드를 꺼내 경기 양상 변화를 꾀했고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4년을 보냈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은 롱릴리프 소화가 가능한 가용인원을 늘려 광범위한 투수진 운용을 꿈꾼다. 분업은 하지만 선발 투수가 자칫 단순한 '경기 첫 번째 투수'로 격하될 수도 있는 일종의 '토털 야구'다.
 
공격 면에서도 김 감독은 그동안 알려진 준족 만이 아닌 김현수, 이성열, 김재호, 이원석 등의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바랐다. 김현수와 이성열은 지난해 각각 24홈런 씩을 때려내며 두산 타선의 파괴력을 높였다. 김재호와 이원석은 내야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1군에 없어서는 안 될 내야수들이다. 단순한 공-수 공헌도 만이 아닌 주루서도 확실한 몫을 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후공인 홈 경기 시에는 수비 위주의 선발 라인업을 내세우고 선공인 원정 경기 때는 공격 일변도 선발 라인업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김 감독. 김 감독은 선수단 소집 첫 날인 지난 7일 뛸 수 있다면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때려내는 타자라도 누상에서 뛰는 야구를 펼치길 바랐다.
 
"김현수의 경우는 안타를 치고 나서 이어지는 베이스러닝도 중요하다. 잔 기술은 없었지만 그래도 현수의 베이스러닝이 형편 없지는 않았다. 좋은 투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베이스러닝인데 현수도 좀 더 노력하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베이스러닝을 보여줄 것이다. 이성열 또한 베이스러닝을 자신의 무기 중 하나로 장착해야 한다. 적극적인 주루는 언제나 필요하다".
 
감독의 이야기대로 김현수는 100m를 12초 대에 끊는다. 단순한 발 빠르기는 선수들 기준으로 봤을 때도 그리 느리지는 않다. 이성열은 두산 선수단 내에서 200m 대결을 펼치면 팀 내 세 손가락에 꼽히는 주자. 2베이스 이상을 뛰는 데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김재호와 이원석도 필요할 때는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의견.
 
걸음이 너무 느리지 않은 한 뛸 수 있는 선수라면 허를 찌르는 창의적 주루를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는 '토털 야구'의 기본 요소 중 하나다. 김 감독은 그에 대해 '발야구 회귀'가 아닌 이기기 위해 당연히 펼쳐야 하는 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재임 8년 간 '김경문호'는 선수층이 확실히 두꺼워졌다. 그와 함께 매 시즌 예상 또한 약체에서 대권에 도전할 만한 팀으로 격상되었다. 가장 귀중한 우승 반지를 얻지 못한 채 8년차 감독이 된 김 감독의 눈은 2011년 벽두부터 더욱 빛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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