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하킬이란 별명, 내게는 영광" [인터뷰]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01.14 07: 35

KBL 최장신 센터. 높은 키만큼이나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센터로 성장한 하승진(26, 221cm, 전주 KCC). 듬직한 체격만큼이나 골밑 장악력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밀리지 않기 때문에 소속팀 KCC에서도 5번 센터 자리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그의 차지다.
그만큼 KCC는 하승진이 만들어가는 팀이면서 하승진을 위한 팀이다. 하승진의 친한 동료 전태풍이 "내가 좋아하는 빠른 농구를 하고는 싶지만, 내가 감독이더라도 하승진 위주로 구성하겠다"고 할 정도로 동료들의 신뢰감도 엄청나다.
그래서일까? 하승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KCC도 부진에 빠진다. 하승진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되찾지 못한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전후의 KCC는 기복이 매우 심했다. 그만큼 하승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하승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KCC 선수단 숙소를 찾아 이야기를 나눠 봤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만난 하승진은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최근 팀의 상승세 만큼 그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슬로 스타터'. KCC에 붙은 반갑지 않은 별명이다. 늦게서야 제 실력을 발휘한다는 뜻의 이 별명은 어떻게 보면 KCC의 오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승진은 다르게 해석했다. "슬로 스타터라는 별명이 매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드라마틱한 경기를 한다는 말이지 않나? 야구에서 롯데가 그런 것처럼 팬들은 그런 걸 좋아한다"며 "뭐 나쁘게 말하면 굴곡이 심한 경기력이긴 하다"고 덧붙이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KCC의 상승세는 하승진이 제 컨디션을 찾은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앞서 말했듯 KCC는 하승진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이다. 하승진이 살아나면 팀이 살아나고, 하승진이 부진하면 팀도 처진다. 이에 대해 하승진은 "(나의 상태에 대해) 안심하면 안된다. 부상이라는 변수도 있고, 체력적인 문제도 갖고 있다. 팀이 내 위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승진을 중심으로 구성된 KCC는 높이를 상징하는 팀이다. KCC의 높이는 크리스 다니엘스가 합류하면서 더욱 높아졌다. 그렇지만 스피드는 더욱 느려졌다. 하승진은 이러한 점에 대해서 "그나마 작년에는 테렌스 레더가 많이 뛰어줘서 태풍이 형과 2대2 픽앤롤이 가능했다. 나는 느려서 그러한 것이 되지 않는다. 다니엘스도 그런 건 부족하다. 그 때문에 태풍이 형의 찬스가 많이 줄었다"면서 "그래서 태풍이 형한테 패스를 받고 드리블을 치면 혼난다. 태풍이 형 어시스트라도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장난 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경기 중에 하승진을 보면 팀 동료와 매우 잘 어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갑내기 동료 강병현과는 경기가 잘 풀리면 점프 후에 몸을 서로 부딪히는 세리머니를 곧잘 펼친다. "언제부터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됐다"며 "병현이하고만 친한게 아니라 모든 동료들과 친하다"고 전했다.
하승진은 이러한 동료들이 자신이 부상의 부진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코트서 뛰지 않는 형들도 벤치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형들이 어머니 역할을 하면서 조언을 한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못 집어내는 부분을 잡아줄 때도 있다"면서 그러한 조언들 덕분에 상승세의 하승진이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승진의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꼭 나오는 것이 자유투다. 자유투 성공률이 많이 떨어지는 하승진은 상대 팀들의 고의적인 파울의 대상이 된다. 2점을 허용할 바에는 차라리 자유투를 내주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 이 때문에 붙은 별명이 하킬이다. NBA의 스타 플레이어 샤킬 오닐과 비슷하다고 해서 하킬이다. 그렇지만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바로 자유투 성공률이 떨어졌던 샤킬 오닐을 빗댄 별명이기 때문.
이에 대해 하승진은 "내 별명이 왜 하킬인지 알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샤킬 오닐에 빗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 하킬이라는 별명은 나에게 영광스러운 별명이다"고 자랑스럽게 답했다. 하승진의 긍정적인 대답 만큼 최근에는 '하킬'이라는 별명이 하승진의 낮은 자유투 성공률때문이 아니라 그의 전체적인 플레이를 일컫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하승진에게 자유투를 주기 위한 고의적인 파울이 거칠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어떨 때는 파울을 당하다 보면 흥분을 할 것 같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흥분하면 팀이 경기를 망치게 된다. 그래서 의식하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며 "하도 많이 당해서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 별 느낌도 들지 않고 당연한 일이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또 파울로 넘어지는 과정이 보기에는 크게 다칠 것 같다고 하자 "부상을 두려워하면 절대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없다. 절대로 위축되면 안 된다"면서 "내 스타일이 예쁘게 농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도 없어서 거칠고 투박하다. 그렇지만 난 내 농구 스타일이 너무나 좋다. 격렬한 플레이가 더 좋다"면서 자신의 농구 스타일을 언제까지나 고집하겠다고 밝혔다.
KCC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체육관 내에는 '열정이 폭발하는 순간! 우리에게 한계는 없다'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하승진이 떠올랐다. 바로 하승진의 자유투 성공률 때문이다. 하승진의 자유투 성공률은 매우 낮은 수치이지만 승부처인 3·4쿼터만 되면 하승진의 자유투 성공률은 매우 높아진다. 아마도 그의 농구에 대한 열정이 자유투에 대한 하승진의 한계를 깨트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용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