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게는 숙명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다닌다. 그러나 언제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향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도 많다. 스타의 삶에는 보이지 않는 애환이 있다. 한국야구의 영웅 '국민타자' 이승엽(35·오릭스)이 갖는 마음도 다르지 않다.
지난 24일 삼성의 2군 전용훈련장인 경산볼파크에서 만난 이승엽은 묵묵히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후배들과 함께 러닝으로 몸을 풀고 캐치볼을 한 뒤 실내연습장에서 타격 훈련에 매진했다. 경산에서 훈련한지 40여일이 지났고 이 기간 동안 많은 취재진이 찾아 왔다. 지난 몇 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그는 조용하게 훈련하고 싶었지만 스타를 가만히 놓아둘 수가 없었다. 이승엽은 숱하게 취재진을 상대하며 했던 말을 또 반복해야 했다.
이승엽은 "개인적으로 이제는 말을 아끼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도 잘하고 난 뒤에 말하고 싶다. 지금 자꾸 언론에 내 이야기가 나가면 변명밖에 되지 못한다. 실패를 한 것도 1년이 아니고 3년째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요미우리에서 오릭스로 팀을 옮기면서 올 겨울 그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고.

이승엽은 "그런 면에서 일본이 더 편할 때가 있다. 일본에서는 인터뷰 같은 건 하고 싶을 때 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안 해도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서상 거절을 할 수 없다. 가끔 약속도 없이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를 보러 위해 오시는데 그냥 보낼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담이 많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대스타로서의 삶을 받아들였다.
대스타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거론되는 일도 많다. 최근 명강사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양준혁은 강연 때마다 이승엽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양준혁은 "이승엽은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가장 사랑하는 선수"라고 했다. 이에 이승엽은 "열심히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내 성적이 좋아서 그렇게 보인 것 뿐이다. 선수라면 누구나 열심히 한다. 나도 남들 하는 만큼 한다. 오히려 내가 신인 때 밤에 숙소에서 방망이를 돌리는 양준혁 선배를 보고 '아, 대선수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굉장한 쇼크를 받았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이승엽은 예년과 달리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입국했다. 그는 "마치 도망자 같았다"고 떠올렸다. 스타들만이 겪을 수밖에 없는 비애였다. 하지만 한 번 스타는 영원한 스타다. 잠깐 빛을 잃을지 몰라도 빛이 결코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승엽은 "웬만한 건 다 극복할 수 있다. 그동안 워낙 어려움을 많이 겪지 않았나"라며 "올해는 떳떳하게 돌아오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동안 숱한 드라마를 써온 그에게, 그 드라마가 오히려 부담이라는 이름으로 짓누르고 있는 그에게 이제는 팬들이 힘을 실어줘야 할 시점이다. 스타의 삶을 견딜 수 있는 것도 결국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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