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제가 못했잖아요. 그러니까 팬들한테 점수가 깎인 거지요".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를 불식시키고자 그는 더 열심히 방망이를 휘둘렀다.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문해 어느덧 프로야구 대표 좌타자 중 한 명으로 자라난 김현수(23. 두산 베어스)의 겨울은 그래서 더욱 뜨겁다.

신일고 시절 덕수고 김문호(현 롯데)와 함께 당시 고교 최고 좌타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청소년대표로도 뽑히는 등 커다란 잠재력을 발휘했으나 드래프트서 지명받지 못하는 불운 속 2006년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던 김현수. 그러나 그는 2007년서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밟으며 기량이 수직상승하는 성장세를 보여줬고 3년 연속 골든글러브 획득과 3할, 2년 연속 20홈런-80타점 이상을 기록하는 위력을 발산했다.
5시즌 통산 3할3푼1리 61홈런 314타점을 기록한 김현수. 지난 시즌 김현수는 페넌트레이스 막판 불꽃 같은 타격감으로 3할1푼7리 24홈런 89타점을 기록하며 체면치레에 성공했으나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 10경기 1할1푼5리(26타수 3안타)로 주저앉으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이타현 벳푸시 이나오 구장서 만난 김현수는 허심탄회하게 지난 시즌을 평했다. "변해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싶다"라며 운을 뗀 김현수는 스스로 느꼈던 고충도 함께 털어놓았다.
"기복이 있었고 못했던 시기도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특히 제 별명이 '기계'잖아요. (선수 본인은 정작 기계라는 별명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도 사람이라 매일 잘 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못하면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 심하게 욕을 먹어야 하나'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던 한 해였어요. 꾸준히 잘해야지요. 그래야 욕도 안 먹고".
2008, 2009시즌 잔부상과 대표팀 차출에도 전 경기를 개근하던 김현수는 지난해 8월 26일 대구 삼성전서 절친한 친구 민병헌에게 선발 라인업 자리를 내준 뒤 대타로도 출장하지 못하며 덕아웃에서 경기의 시작과 끝을 모두 맞았다. 그와 함께 396경기 연속 출장 기록 계기판은 리셋되었다.
"그 때는 정말 아쉬웠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몸 상태나 컨디션을 봤을 때 출장 기록을 억지로 이어갔다면 페이스를 망가뜨렸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선수의 출장 기회는 감독께서 정해주시는 것이니까요. 제가 뭐라 가타부타 할 수 없는 거에요".
한 시즌을 온전히 마친 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장해 금메달에 공헌한 김현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야자키 마무리훈련까지 떠나 최종 종료일인 12월 10일까지 모두 스케쥴을 마쳤다.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겠지만 그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피곤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마무리훈련은 그동안 뛰었던 페이스가 남아 있던 만큼 그대로 손을 놓아버리지 않고 또 고삐를 당겨야 했으니까요. 갔다 오고보니 '잘 갔다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무리훈련 이야기에 곁에 있던 이성열과 이원석으로부터 '진짜야?', '확실해?'라는 의혹을 받은 김현수. "타격 면에서 안 좋은 버릇을 고치고 방망이가 나오는 궤적과 시간을 조금 더 짧게 하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손목 활용도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힌 그는 수비와 주루 측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김현수에 대해 "주루 플레이 비중을 높여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로 만들었으면 한다"라며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좌익수 수비가 나아졌다구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은 출장 기회를 통해 경험을 쌓아 수비력이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베이스러닝 같은 경우 더 과감하게 뛸 생각이에요. 제가 뛸 수 있을 때, 그리고 뛰어서 팀의 공격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때는 저도 주저없이 뛰려고 해요".
지난해 김현수의 우완 상대 타율이 3할8푼3리였던데 반해 왼손 투수를 상대로 2할2푼에 그쳤다. 올 시즌에도 왼손 투수에게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결국 왼손 투수에게 맥없이 공략당하는 타자로 이미지가 굳혀질 가능성도 크다. 그와 관련해 김현수는 이렇게 답했다.
"정말 많이 안 좋았지요. 특히 왼손 투수 슬라이더 궤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삼진을 당하거나 타이밍이 안 맞아 범타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씻을 수 없는 약점이 되기 전에 그 부분은 반드시 보완해야 합니다".
2007년서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김현수의 가을잔치 통산 성적은 39경기 2할5푼6리(133타수 34안타) 5홈런 16타점. 특히 지난해 포스트시즌과 21타수 1안타로 무너졌던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는 김현수에게 '가을에 약한 남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인 뒤 새겨진 낙인 같은 인상을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포스트시즌서의 맹활약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이야기했다.
"제가 못한 것이니까 어쩔 수 없지요. 점수가 깎일 수밖에 없는 성적이에요. 결국 프로는 실력으로 어필해야 하니 제가 가을에 반드시 잘해야 합니다. 페넌트레이스 목표는 아직 특별하게 정해놓지 않았어요. 다만 가을에 반드시 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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