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달라진 건 없었다. 외국인선수는 또 다시 투수들로 채워졌다.
2011년에도 외국인 투수들이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아직 남은 한 명의 외국인선수를 정하지 못한 두산을 뺀 나머지 7개 구단들은 모두 외국인선수 인선 작업을 완료했다. 두산도 남은 한 자리를 투수로 채울 것이 확실하다. 총 16명의 외국인선수 중 무려 14명이 투수인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외국인선수 도입 첫 2년 동안은 투수는 8명, 타자는 22명으로 타자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타고투저를 맞아 투수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해졌다. 투수력 강화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외국인 투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2009년 KIA가 아퀼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이라는 막강 외국인 원투펀치에 힘입어 12년 만에 'V10' 염원을 이루자 너나 할것 없이 외국인 투수 뽑기에 혈안이 됐다. 시즌 전 외국인선수 16명 중 무려 14명이 투수였다. 전반기를 마친 뒤에는 덕 클락마저 넥센으로부터 방출당했다. 넥센이 택한 대체 외국인선수는 투수 크리스 니코스키였다. 외국인 타자는 카림 가르시아밖에 남지 않았다.

시즌 종료 후에는 가르시아마저 재계약에 실패했다. 롯데는 가르시아 대신 투수 브라이언 코리를 영입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쏠림 현상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시리즈에서 무기력한 타선 탓에 4연패한 삼성이 일찌감치 외국인 타자에게 관심을 보였다. 결국 3년 전 메이저리그 풀타임 주전 출신 거포 라이언 가코를 영입했다. 여기에 클락을 버린 뒤 타선의 해결사 부재에 시달렸던 넥센도 외국인 타자 코리 알드리지를 데려왔다.
삼성과 넥센뿐만 아니라 KIA와 한화도 외국인 타자에 관심을 나타냈다. 최희섭과 김상현 외에는 타선의 무게를 잡아줄 선수가 없었던 KIA는 외국인 타자 영입을 통해 이를 해결할 움직임을 보였다. 타선에 큰 공백이 생겨버린 한화도 당초에는 외국인 내야수로 전력 강화를 꾀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투수 쪽으로 최종 방향을 선회했다. 결국 투수력이 먼저 강해져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KIA는 좌완 트레비스 블랙클리, 한화는 우완 오넬리 페레즈를 각각 영입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오래된 명제가 다시 한 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들이 에이스급 활약을 한 SK·두산·롯데는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외국인 투수 농사에 실패하며 마운드가 무너진 LG와 한화는 하위권에서 허덕였다. 결국에는 마운드 강화가 살 길이다. 켈빈 히메네스를 잃은 두산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포함됐던 더스틴 니퍼트를 영입했고, LG도 162km 광속구 투수 레다메스 리즈를 데려왔다. 최강군단 SK는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외국인 타자가 한 명도 없었다.
외국인선수는 타자보다 투수가 성공하기 유리한 것도 투수 편향을 부추긴다.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는 건 투수나 타자나 같은 입장이지만 생소함에서 오는 불리함은 투수보다 타자가 더 크다. 특히 한국야구 특유의 볼 배합,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다. 정면승부보다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스타일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당장 성적을 올리기엔 외국인 투수가 부담이 덜하다. 성적을 내야 하는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투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수 편향이 쉽게 가시지 않을 듯한 이유다.
waw@osen.co.kr
<사진> 니퍼트-리즈-트레비스-오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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