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에이스' 류현진이 짊어지는 부담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11 10: 40

마운드 위 투수는 외롭다. 그라운드 가장 높은 곳에 홀로 우뚝 서있는 투수. 고독함을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할 자리다. 어느 누구든 그 곳에 오르면 고독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고독함이 유독 더 깊은 투수가 있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 올해 프로야구 초반 최고의 충격은 류현진의 부진이다. 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9.58. 류현진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그의 부진을 어떻게 과연 봐야 할까. 현자의 감독·코치들은 하나같이 정신적인 부분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바로 부담감이다.
▲ 공에는 문제가 없다
류현진의 부진에 가장 속이 타들어가는 사람은 한대화 감독이다. 그래도 한 감독은 류현진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 감독은 "류현진에게 무슨 할말이 있겠나. 지난번 LG전이 끝난 후 만나서 '잊어버리라'고 한마디했다. 같이 술 한잔 할 수도 없고, 다음부터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그날 실투 하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상균에게 맞은 역전 투런포를 이야기한 것이다. 한 감독은 "홈런을 맞기 전까지 공이 좋았다"고 평가했고, 한용덕 투수코치도 "개막전과 비교하면 공이 많이 좋아졌다. 구위가 올라왔는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류현진은 최고 150km 포함 140km 중후반대 힘있는 공을 던졌다.

▲ 도와주지 않는 수비
LG 박종훈 감독은 류현진에 대해 "정신적인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풀어갈 수 있었는데 일련의 상황들이 류현진에게도 정신적으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박 감독의 말이다. 이날 한화 수비는 실책성 플레이만 4차례나 나왔다. 굳이 안 줘도 될 점수를 주면서 류현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대화 감독도 "수비가 그렇게 도와주지 않으니 어떻게 버텨내겠어"라며 혀를 끌끌 찼다. 한용덕 투수코치도 "이상할 정도로 그날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야구를 하다 보면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이 온다. 그걸 이겨내는 것도 에이스의 역할이지만 야구에 절대란 없다. 가끔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 야구이고 그래야 사람이다.
 
▲ 젊은 에이스의 고독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현역 시절 약팀의 에이스가 짊어져야 할 부담감을 잘 안다. 어린 나이에 류현진처럼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공을 던지고 승부했다. 정 코치는 "에이스란 정말 힘든 자리"라고 했다. 류현진이 느낄 부담감도 가여워한다. 정 코치는 "내 뒤에는 그래도 (구)대성이 형이 있었다"며 "가끔은 (류)현진이가 불쌍하게 보일 때도 있다. 남들이 괜찮다고 격려해도 본인이 아니라면 그 속마음을 어떻게 다 알겠는가. 누구도 그 느낌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용덕 투수코치도 "(류)현진이가 작년에 워낙 대단한 활약을 하지 않았나. 올해도 그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 보인다"고 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이게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다.
▲ 에이스는 살아난다
류현진의 공에 대한 우려는 없다. 다만 정신적인 데미지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한용덕 투수코치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한 코치는 "올해도 작년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큰데 오히려 시작 초반 몇 번 맞고 시작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액땜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며 "다음 경기부터 본래 모습으로 되찾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LG 박종훈 감독도 "에이스이니까 곧 자리를 찾아가지 않겠나"라며 변함없이 높이 평가했다. 그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한화 포수 신경현도 "(류)현진이 공은 전혀 문제없었다. 전적으로 내 리드가 잘못된 것"이라며 자책했다. 모두 에이스에 대한 믿음이다. 류현진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고 문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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