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최고 사이드암으로 주목받던 유망주. 투구폼 교정으로 인해 고전하다 3년차 시즌 두각을 나타냈으나 부상과 군입대로 주춤한 뒤 제대 후에도 한동안 부상과 슬럼프로 인해 은퇴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만년 유망주로 잊혀지는 듯 했던 그는 데뷔 8년 만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승리로 가능성을 비추며 비로소 날개를 폈다.
김성배(30. 두산 베어스). 배명고-건국대를 거쳐 2003년 두산에 2차 8순위(1999년)로 입단한 그는 지난 20일 잠실 넥센전서 선발로 6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2개)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 및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 승리를 거뒀다. 동기생들인 손시헌, 정재훈, 이종욱, 김상현 등에 인지도에서 밀려나있던 그였으나 비로소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켤 수 있던 날이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의 프로 생활을 떠올려보면 그의 첫 퀄리티스타트 승리는 더욱 값지다. 건국대 시절 140km대 중반의 묵직하고 꿈틀대는 직구를 자랑하며 태극마크 단골 후보가 되었던 김성배지만 그는 프로 입단 이후 투구폼을 교정해야 했다. 부상이 많은 투구폼이라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
"투구폼을 교정한 뒤에는 힘껏 던져봐야 127~128km 정도 밖에 안 나왔어요. 고민이 많았지요. 게다가 팔꿈치도 아팠고. 초반에는 한동안 고전했습니다".
3년차 시즌이던 2005년 8승을 올리며 병풍 직격탄을 맞아 최약체로 꼽혔던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끄는 동시에 신인왕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던 김성배. 그러나 이듬해 그는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다시 전열서 이탈한 뒤 상무 입대를 택했다. 제대 후 2009년 기대감을 품고 복귀한 김성배였지만 이번에도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고 2군 경기에 나섰다가 힘껏 던지는 순간 발등에 뚝 소리가 나더라구요. 골절되는 바람에 투구 밸런스를 찾는데도 힘들었습니다".
2009년을 별 소득 없이 보냈던 김성배는 지난해 2군 경기 도중 잘 던지다가 갑작스럽게 제구가 흔들린 뒤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다. 더 이상 야구로 이름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던 것. 다행히 김광림 당시 2군 감독과 김진욱, 조계현 투수코치가 그의 은퇴를 만류해 지난 시즌 9월 한 달간 1군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2.63의 호성적이 나왔다.
그의 프로 초년병 시절부터 사이드암 선발로 키우고자 했던 김경문 감독 또한 2010시즌이 끝난 후 기회를 부여했다. 5선발은 물론 다급한 상황에서 롱릴리프까지 가능한 투수로 점찍은 것. 시범경기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김성배는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이던 14일 사직 롯데전서도 가능성을 비추기 시작했다.
비록 기록은 5이닝 4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5개) 6실점으로 안 좋았다. 그러나 3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펼쳤고 볼넷을 내주는 과정 또한 어이없는 제구였다기 보다 공 하나 정도가 빠진 아까운 투구였다. 김 감독도 "기록은 안 좋았지만 제구에 힘쓰던 투구였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김성배의 기록 뒤에 숨겨진 노력을 높이 샀다.
선수 본인 또한 롯데전이 끝난 후 "노히트를 의식하다보니 결국 한 방에 훅 가더라. 다음에는 맞더라도 내 공을 후회없이 던지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김성배는 두 번째 선발 도전에서 제 실력을 보였다. 2005년 당시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 스타일이던 그는 어느새 서클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기교파가 되었다.
"가족들이 구장을 찾아오셔서 경기 전 애국가 때 '꼭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습니다. 특히 어머니께서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거동이 좀 불편하시거든요. 그래서 '날씨 쌀쌀한데 구장까지 나오지 마세요'라고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첫 회 첫 타자한테 홈런을 내줘서 '이거 불효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결과가 잘 나와서 다행입니다. 기회를 주신 코칭스태프께도 감사하고 10승, 3점 대 초반 평균자책점, 150이닝을 목표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사연 없는 프로야구 선수가 어디 있겠는가. 더욱 중요한 것은 시련을 딛고 더 나은 모습을 향해 정진하는 노력과 그 끝에 얻는 귀중한 결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일 수도 있는 퀄리티스타트 승리지만 김성배에게는 1승 그 이상의 의미였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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