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연승 뒤에는 야간훈련이 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4.22 11: 07

지난 21일 대전구장. 한화는 롯데에 4-1 역전승을 거두며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이날 승리로 한화는 꼴찌에서 6위까지 뛰어올랐다. 강력한 최하위 후보였던 한화에게 꼴찌 탈출은 의미있는 일이다. 기쁨에 도취될 법도 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뒤 얼마 지나지 않은 그때였다. 경기장의 조명이 반쯤 꺼진 가운데 몇몇 선수들이 속속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그들은 연승 뒤에도 자발적으로 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 야간훈련 효과
지난 20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괴물 에이스' 류현진이 화려하게 부활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그날밤. 몇몇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지도 않은 채 그라운드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는 스윙에 몰두했다. 가상의 타석에서 가상의 투수를 상대하며 타이밍을 맞추고 스윙을 돌렸다. 그들의 눈빛과 몸짓 하나 하나는 진지했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 선수들이 퇴근을 미뤄가면서까지 방망이를 집어들고 나머지 야간훈련을 자청했다.

어느덧 프로 9년차가 된 이양기는 "비주류들만 남아서 나머지 훈련하는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4번타자 최진행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한화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따로 없다. 백승룡은 "팀이 이겼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노력해야 한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이날 데뷔 후 처음 4번타자에 기용된 신인 김용호는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다. 훈련밖에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4년차가 됐지만 아직 어린 오선진도 선배들을 따라 나머지 훈련을 자청했다.
 
신고선수에서 2군 타격왕이 돼 정식선수가 된 이여상도 있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이여상은 "너무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나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 타격에서 되지 않은 걸 만회하려다 보니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책을 했다. 뻔히 세이프되는 게 보이는데도 나도 모르게 송구를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대전 롯데전에서 범한 송구 실책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집에 일찍 들어가 봤자 할 것도 없다. 오늘처럼 경기가 일찍 끝나는 날에는 조금이라도 더 훈련하는 게 났다"고 의지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야간훈련을 한 멤버들의 다음날 성적이 좋았다. 5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이양기는 장원준으로부터 2루타를 날렸고, 4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던 최진행도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살아났다. 이여상도 3타수 1안타를 쳤을 뿐만 아니라 3루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였다. 오선진도 시즌 첫 안타를 결정적인 동점 적시타로 장식했다. 오선진은 "왠지 안타가 나올 것 같았다"며 "야간훈련을 하면서 스스로 느낀 것이 많았다. 좋았을 때 타격폼을 찾았고 마음도 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 계속된 야간훈련
 
그들의 활약으로 한화는 이튿날 경기에서도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첫 연승과 탈꼴찌의 기쁨을 동시에 누렸다. 이날 경기가 종료된 시각은 오후 10시7분. 3시간37분이 걸린 긴 경기였다. 모든 관계자가 모두가 서둘러 퇴근하던 그때. 1루 덕아웃 부근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전날처럼 몇몇 선수들이 또 다시 방망이를 들고 나타난 것이었다. 늦은 시각에도 그들은 경기가 일찍 끝난 전날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나머지 훈련을 했다. 역시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장종훈 타격코치가 그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들어갔다.
4번타자 최진행은 이날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한화의 4번타자다. 시즌 초반 출발이 좋았으나 최근 갑작스런 슬럼프가 찾아왔다. 상대팀들의 집중견제가 계속되자 심리적인 부담이 커져갔다. 그런 그의 고민을 들어준 이가 있었으니 바로 '허슬 독수리' 한상훈이었다.
 
한상훈은 최진행의 이런저린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줬다. 팀의 4번타자가 왜 힘든 것인지 묻어나는 고민이었다. 한상훈이 대답했다. "(최)진행아 너는 한화 이글스의 4번타자야. 네 마음대로 하면 돼. 너랑 (류)현진이는 절대로 기죽으면 안 돼. 4번타자는 한국에 8명밖에 없는 자리 아냐.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녀".
한상훈의 격려를 듣고 최진행은 스윙을 세차게 돌렸다. 그에게 '빨리 가서 쉬는 것이 좋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어차피 지금 집에 가봤자 할 것도 없다.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여기서 훈련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곧 자리를 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최진행은 한상훈에게 말했다. "형, 저 웨이트하러 갈게요". 최진행은 방망이를 놓고 웨이트 트레이닝실로 뛰어갔다. 그런 최진행을 한상훈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야간훈련은 그들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더 강하게 단련시키고 있었다. 야간훈련의 밤이 깊어질수록 한화의 미래도 밝아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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